[변화하는 상사업계] "상사맨 프라이드 옛말"…돈 되는 '투자회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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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2-08-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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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네트웍스ㆍ현대코퍼레이션ㆍ포스코인터 등 잇달아 사업형 투자회사 선언

상사업계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때 ‘상사맨’이라 불리며 잘나가던 상사 기업들은 시장의 변화 속에 잇달아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먼저 석탄 등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트레이딩(중개 무역) 비중을 줄여나간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신성장 동력원을 찾는 것은 상사업계의 과제가 됐다. 실제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나 친환경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이차전지 등 사업에서 먹거리를 발굴하고 나섰다. 다만 중장기적인 수익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트레이딩만으로 안 된다”…기업들 ‘투자사 전환’ 잇달아 선언
31일 업계에 따르면 상사기업들은 속속 투자회사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 핵심 사업이었던 트레이딩을 통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서다. 자체적으로 수출 공급망을 관리하는 기업들이 늘며 트레이딩 수요 또한 자연스레 줄었다. 이에 종합상사의 입지도 함께 좁아진 것이다.
 
사실상 비제조 분야인 트레이딩을 하던 종합상사가 당장에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조 사업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상사기업들은 자금만 있으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투자회사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가장 먼저 SK네트웍스가 2020년 12월 사업형 투자사로의 전환을 위해 조직개편에 나섰다. 당시 사업총괄을 신설하고, 그 산하에 있는 신성장추진본부가 투자관리 및 M&A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어 현대코퍼레이션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업목적에 ‘신기술사업회사 및 벤처캐피털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련 사업’을 추가해 투자사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달 13일 “트레이딩으로만 먹고살던 종합상사의 시대는 저물었다”라며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을 발표했다.
 

SK네트웍스 삼일빌딩 전경 [사진=SK네트웍스]

 
SK네트웍스, 올 상반기 철강 트레이딩 종료…핵심 ‘코일센터’ 無
SK네트웍스는 선제적인 투자회사로 전환을 하고 있는 만큼 트레이딩 사업에서의 변화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올해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철강 관련 트레이딩은 아예 중단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사업 부진을 이유로 철강 트레이딩을 중단하겠다고 이사회에서 결의한 데 따른 실행이다.
 
한때 ‘버추얼(제철소 없는) 철강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철강 트레이딩의 중단에 따라 코일센터(철강 가공공장)도 전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코일센터는 제철소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고객사의 요청에 맞게 가공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회사는 사실상의 철강사라는 사업 모델을 위해 해외 지역에 다수 코일센터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코일센터는) 철강 트레이딩 사업 중단과 함께 정리 수순에 있다”라며 “해외법인의 경우 (코일센터처럼) 엑시트(자금 회수)를 진행 중인 법인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해외법인은 중국 핑후, 샤먼 등에 있는 코일센터 2곳을 포함해 일본, 독일, 호주, 인도네시아, 미국, 말레이시아 등 7개국에 총 12곳이 있다.
 
종합상사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해 많은 해외법인을 운영한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철강을 포함한 트레이딩 사업을 축소하면서 활용도가 낮아진 해외법인의 수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단둥 SK네트웍스 에너지’도 엑시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해외법인은 9곳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주시보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호주 세넥스에너지 로마노스 가스전의 처리 시설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에너지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과제는 신성장 동력 발굴…LX인터, 인니 니켈 광산·자산 인수 추진
종합상사가 트레이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과제는 신성장 동력 발굴이 됐다. 이에 따라 자원 개발, 식량 사업 등을 시작하거나 M&A를 통해 제조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개발 및 판매를 중점으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주 세넥스에너지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해외 가스전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는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이후 최대 규모의 글로벌 M&A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25일에는 보유 가스전의 추가 개발을 위해 세넥스에너지에 약 1359억원의 자금을 대여하기로 했다. 또한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 계열사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LX인터내셔널의 경우 기존 석탄에서 친환경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7월 LX그룹으로의 편입과 함께 친환경 신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니켈 관련 인도네시아 광산 인수를 추진 중이다.
 
또 지난 4월에는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포승그린파워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19일 회사는 포승그린파워 지분 인수 취득 예정 일자를 기존 7월 29일에서 10월 17일로 정정하며 아직 최종 인수 마무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취득 예정 일자라는 건 최종적으로 매매 대금 완납을 예상하고 정하는 것”이라며 “대금이 들어가기 전까지 중간에 선결돼야 하는 진행 과정이 있다. 그것들이 완료되는 시점을 7월 말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조금 더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날짜를 조금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X인터내셔널은 공시를 통해 취득 예정 일자의 경우 관계기관의 승인 등 진행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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