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에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다른 임원들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금호그룹에 대한 절대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금호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배임과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박 전 회장이 받은 무거운 형량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재판부가 재벌과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엄격히 묻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삿돈 86억여 원을 횡령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 형을 받았다. 형기 60%를 마친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는데 당시 AP통신은 “재벌에 대한 특혜 역사를 연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사면까지 이뤄지면서 재벌 총수에만 집중되는 온정과 특혜를 바라보는 시선은 뜨악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 부총리, 그리고 최태원 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 활력과 국민 통합을 위해 경제인 사면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부회장 사면에 앞서 밑자락을 깐 셈이다. 관건은 재벌 총수 사면이 경제 활성화와 인과관계가 있느냐다. 재벌 총수를 풀어준다고 투자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구속 상태도 아닌 이 부회장 사면을 투자와 일자리 증가로 연결하는 건 아무래도 설득력을 잃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데도 정부가 사면을 남발한다는 비난을 받는 건 이 때문이다.
발렌베리(Wallenberg) 그룹은 스웨덴 GDP 3분의 1, 상장사 시가총액 40%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삼성보다 산업 집중도와 자본 집중도는 훨씬 크다. 세계적인 가전회사 일렉트로룩스와 통신회사 에릭슨, 방위산업체 사브(SAAB), 건설 중장비와 버스, 트레일러를 생산하는 스카니아(SCANIA)가 주요 기업이다. 또 스웨덴 최대 은행 그룹 SEB,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가 공동 설립한 국적 항공사 스칸디나비아 항공(SAS), 그리고 북유럽 최대 발전 설비 엔지니어링 회사 ABB도 발렌베리 계열사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해 계열사만 100여개에 달한다.
발렌베리 그룹을 운영하는 주체는 발레베리 가문 후손들이다. 이들은 5대, 160년째 가업을 승계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지탄 받지 않는다. 스웨덴 국민들은 발렌베리 그룹을 국민기업으로 여긴다.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기업 이념에 따라 후손들은 전문 경영인들에게 기업을 맡기고 자신들은 재단을 통해서만 간접 참여한다. 또 해군 장교 의무복무, 스스로 힘으로 대학 졸업, 글로벌 기업에 입사해 네트워크 구축,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은 발렌베리 가문에 내려오는 독특한 경영 철학이다.
부모 잘 만난 덕에 총수에 오르고 온갖 특권을 누리는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군 복무를 통해 인내와 규율을 배우고, 또 혼자 힘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글로벌 기업에서 안목을 넓히며, 기업 이윤을 사회에 되돌리는 공동체 의식을 갖춘 자라야만 발렌베리 그룹을 승계할 수 있다. 발렌베리 가문 후손과 한국 재벌 대기업 후손은 여기에서 차별화된다.
발렌베리 가문은 재단을 통해서만 관여하는 건강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활발한 사회 환원도 눈여겨봐야 한다. 대부분 이익을 재단을 통해 환원한다. 환원 규모는 전체 이익에서 85%에 달한다. 재원은 학교와 병원, 도서관, 해외 구호활동에 쓰인다. 특히 발렌베리 재단은 유네스코와 유니세프,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국제 분쟁지역 난민과 어린이를 지원한다. 기초과학 분야 인재 양성에도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발렌베리 가문은 세계 100대 부자는커녕, 1000대 부자도 없다. 유럽 최대 재벌가임에도 불구하고 200억 원 이상 돈을 소유한 이도 없다. 엄격한 후계자 선정과 건강한 지배구조,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책임 실현은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에 많은 걸 시사한다.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앞에는 발렌베리 그룹을 창립한 크누트 발렌베리 동상이 서있다. 스웨덴 국민이 얼마나 발렌베리 가문을 아끼는지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서울시청 앞에 삼성그룹을 세운 이병철 회장 동상이 가능할까. 수년 전 스톡홀름을 방문해 발렌베리 동상을 보고 부러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발레베리 가문이 모범답안은 아니며 발렌베리 그룹에도 어두운 역사가 있다. 핵심은 과거사를 극복하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작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는 이 부회장은 앞으로 공동체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2003년 이건희 회장은 당시 이재용 전무와 함께 스웨덴 발렌베리 재단을 방문했다. 추정컨대 발렌베리 그룹과 같은 기업문화를 배우고자한 건 아닐까 싶다. 8.15 경제인 사면이 특혜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회적 책임과 노블레스 오블리제 실천은 기업을 키우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마약쟁이 이재용을 다시 감옥으로 보내주세요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현지채용 한국인근로자에 갑질, 언어폭력을 일삼고 개선에 응하지 않고
한국인 근로자를 억압하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악덕기업주 이재용
- 주요 내용
1. 부당해고 : 입사 설명회 시 정년 보장 약속 하였음
☞ 그러나 매년 몇 명씩 퇴사 조치하고 있음, 언제 해고 될 지 모르는 상태 근무하고 있음
2. 주말(토,일) 강제 출근 요청에 의한 강제노동으로 주말 휴식 미 보장
☞ 쉬는 토요일 강제 근무시키고 특근비 미 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