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떼인 전세보증금만 '1089억'…악성 임대인 '먹튀' 현상 영향?

보증금 사고 2015년 이후 역대 최고치 경신

피해자 4명 중 3명 '2030세대'…전체 74.7%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금액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악성 임대인(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이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이른바 ‘먹튀’ 현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511건으로, 사고금액은 10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상품은 2013년 9월 처음 출시됐다. 공공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해당 기관들이 세입자(가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고, 이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세입자는 자신의 보증금을 지킬 수 있지만 문제는 사고금액 회수율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이 상품의 사고금액은 HUG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증가추세다.
 
사고액은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으로 상승하다 2018년 792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후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까지 늘어났으며, 지난해 5790억원으로 폭증했다.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보증금 액수도 지난달 830억원(398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인 올해 6월 570억원(273건)의 약 1.5배다.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전세보증금이 상승한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악성 임대인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위변제액 규모는 △2015년 1억원(1건) △2016년 26억원(23건) △2017년 34억원(15건) △2018년 583억원(285건) △2019년 2836억원(1364건) △2020년 4415억원(2266건) △2021년 5040억원(2475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 1~8월 대위변제액은 4340억원(2020건)으로 지난해 전체 금액의 86% 수준이다.
 
악성 임대인들은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신축빌라를 중심으로 분양업자·중개업자와 짜고 전세보증금을 부풀린 뒤 세입자를 끌어들인 뒤 보증금을 밑천 삼아 ‘갭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다세대주택(빌라)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이로 인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건수와 금액이 급증한 것이다.
 
특히 악성임대인에게 피해를 입은 세입자 중 30대 이하의 사례가 2808건으로 전체(3761건)의 74.7%를 차지했다. 이들의 피해 보증금은 총 5809억원으로 전체 피해액(7824억원)의 74.2%였고, 1인당 평균 피해액은 2억원이 넘었다.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관리대상에 오른 악성 임대인은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법인 총 203명에 달한다. HUG는 지난해부터 전세보증보험 채무자 가운데 대위변제 건수가 3건 이상이고, 미회수액이 2억원을 넘으면서 상환의지·이력이 부족한 집주인을 악성임대인으로 규정해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악성임대인 203명이 떼먹은 보증금 7275억원 중 HUG가 회수한 금액은 전체의 14%인 1018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미회수액이 100억원 이상인 악성임대인은 14명으로, 이 중에는 혼자 578억원(285건)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집주인도 있었다.
 
최근에는 집값 약세로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가 속출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