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신당역 살인 이후 호신용품 찾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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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9-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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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흉흉해"...신당역 살인 이후 호신용품 구매↑

  • 여성 누리꾼들 "법도, 경찰도 보호해주지 않아"

  • 정당방위 요건 까다로워 호신용품 사용시 주의해야

여성노동연대회의가 지난 9월 22일 밤 서울 종로구 종각 앞에서 신당역 여성노동자 살해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상이 흉흉하고 범죄행위가 많아져 구매합니다."

한 호신용품 판매사이트에 올라온 구매평이다. 지난 14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호신용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지하철역 안에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자 여성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여초(여성 초과)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호신용품을 구매했다는 후기가 잇달아 올라왔다. 호신용품을 구매한 이들은 제품 사용 후기를 공유하며 상황별로 유용한 호신용품을 추천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법도, 경찰도 (여성을) 보호해주지 않기에 호신용품이라도 갖고 다녀야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서울 성동구 맘카페의 한 회원도 "흉흉한 세상이라 호신용품을 가지고 다닐 계획이다. 지하철도 무섭고 과거 (자신을) 스토킹한 남성도 생각난다"는 글을 남겼다.

 

[사진=호신용품 판매사이트 구매 리뷰]

실제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호신용품 판매 사이트에는 구매 평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를 찌르는 호신용품 '쿠보탄'을 구매한 누리꾼은 "최근 흉흉한 일이 많아져 구매했다. 지인들에게도 선물하기 위해 넉넉하게 샀다. 하지만 이걸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 날에 올라온 후기다.

다른 구매자도 "세상이 미쳐 돌아가 장바구니에만 담아뒀던 쿠보탄을 구매했다. 여성이 호신용품을 들고 다니며 조심해야 한다는 게 씁쓸하다. 친구들에게도 나눠 주려고 몇 개 더 샀다. 항상 두 개씩 소지하고 다닐 계획"이라고 글을 남겼다. 또 최루(후추) 스프레이를 산 구매자는 "교통공사에서 일하는 언니가 무섭다고 해 사줬더니 (언니가)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스토킹과 같은 범죄가 급증한 데다 공권력마저 신뢰를 잃어 여성들이 직접 호신용품 구매에 나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합뉴스에 "젠더 폭력이 잇따르면서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든 언제든 어디서든 닥칠 수 있는 위험으로 인식하게 됐다"며 "일상과 관계가 안전하지 않고 시스템도 나를 지켜줄 수 없다고 생각해 스스로 보호 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정당방위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호신용품을 사용할 땐 주의가 필요하다. 형법 제21조에 따르면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은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일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등으로 규정돼 있다. 특히 먼저 폭력을 행사하고 상대를 자극하는 등 도발해선 안 되며 상대방 피해 정도가 전치 3주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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