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와 관련해 "불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불법 파업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에 노조 측도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간 데 대해 사과부터 하라"고 맞서면서 강대강 대치 국면이 심화할 전망이다.
◆尹 "노사 법치주의 세워야"...勞 불법행위 때리기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부대변인은 "노측의 불법행위든 사측의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노측의 불법행위를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결국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인 만큼 형평성 있는 노동조건 형성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29일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여부를 심의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당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할 예정이었기에 사실상 명령 발동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화물자동차법상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도입됐지만 아직까지 발동된 적은 없다.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면 즉시 발동된다. 이후 국토부에서 각 사업장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파악될 경우 '다음날까지 업무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해당 사업자가 이를 거부하면, 사업자 면허정지·취소 및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업종별 피해 상황이 다른 만큼 직접적인 피해 현황이 업무개시명령 발동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멘트·정유·철강·건설업 분야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연대 "ILO 핵심협약에도 위반"...野, 조속한 해법 찾아야
화물연대는 정부가 엄포를 놓고 있는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105호 강제 근로 폐지 협약에도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ILO 핵심협약이란 ILO가 채택한 189개 협약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8개 협약을 말한다. 특히 105호는 강제근로 폐지에 관한 협약으로 정치적인 표명과 파업 참가에 대한 처벌로 강제노동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화물연대의 총파업, 운송거부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며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조건 악화에 맞서 투쟁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며 정부와 사용자 단체가 그렇게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인 ILO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 보호 협약인 제87호 협약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화물연대의 투쟁이 불법이 아니기에 업무개시명령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근거도 정당성도 없는 업무개시명령을 만지작 거리며 화물연대와 시민을 편 가르고, 정당한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일방적인 합의 파기 후 6개월간 허송세월을 보내더니, 화물운송 노동자들 앞에서 포승줄부터 한 손에 꼬나쥔 채 협박만 늘어놓고 있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화물노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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