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베트남 결산]"재도약하는 베트남, 2045년 선진국 향한 마스터플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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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12-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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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대경제도시 호찌민시 전경 [사진=베트남플러스(Vietnam+)]

베트남의 2022년은 희망과 도약의 한 해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역대 최저성장률의 악몽에 시달렸던 베트남은 위드코로나 이후 V자 반등에 성공하면서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뉴노멀과 국경개방에 힘입어 내수경기를 회복했고, 외국과의 인적교류도 회복했다. 베트남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의 수출입 물동량은 다시 증가했고 해외직접투자액(FDI)은 탈중국 여파로 베트남에 쏠렸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1~3분기 경제성장률을 8.8%로 발표했다. 아세안 국가 중 최고수준이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8.5~9%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악조건도 여전하다. 올해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경기 침체는 베트남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곡물과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켰다. 특히 유가가 끌어올린 생활 물가는 올해 내내 베트남 경제를 괴롭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휘발유가 제때 공급이 안되면서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이은 금리 인상 여파로 베트남 금리도 2년 만에 1% 이상 상승한 가운데 내수경기도 최근엔 냉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자금줄이 메마르면서 신용경색이 나타나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일부 대형건설사는 파산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베트남 증시는 주요국 증시 상황과 맞물려 연초 대비 약 20% 하락했다. 베트남 환율은 올해 10월 달러화 대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엔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값은 환율과 맞물려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베트남인들의 여전한 금 사랑을 보여줬다. 코로나19 당시 대규모 재정지출로 우려됐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40% 수준으로 나타나 아직은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는 베트남이 처음으로 향후 10년 비전인 ‘2030 국가마스터플랜’과 국가 대계인 ‘2045 마스터플랜 비전’을 공식적으로 확정한 첫해이기도 했다. 베트남의 국가 마스터플랜은 베트남이 2045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해 고소득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웅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본지는 현지언론의 보도, 협회, 기관 등 의견을 종합해 다음과 같이 올해의 베트남 주요 뉴스를 선정했다.
 
① 베트남 동화(VND)의 재평가
베트남 동화의 환율은 올해 3분기까지만 해도 달러 대비 안정세를 거듭하며 외신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9월 기준, 베트남 동화는 연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대비 가치가 불과 3.8%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25%, 유로화는 13.5%, 영국 파운드화는 20%, 한국 원화는 15%, 태국 바트화는 11.95% 하락한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차이가 있다. 

베트남 동화 가치가 이러한 강세를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달러에 대한 풍부한 유동성 확보가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베트남 무역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또한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해외 기업들이 대체지로 베트남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11개월 동안 베트남에 투자된 해외 자본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196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무역흑자는 100억달러 이상을 나타냈다. 여기에 매년 국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베트남에 들어오는 달러 송금액도 꾸준하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올해 해외송금액은 지난해 보다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송금액이 역대 최대인 약 180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중앙은행(SBV)은 지난 9월, 전세계 금리 인상 기조 속에 기준금리를 1% 이상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했다. 동화 가치는 10월 초부터 급락을 거듭했는데 지난 10월 26일, 베트남 동화는 달러 대비 VND 2만4888동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SBV의 환율 방어와 꾸준한 외화 유입으로 11월말부터 동화 가치는 강세(달러 대비 베트남 동화 환율은 하락)를 보이면서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22일 기준, 베트남 동화 환율은 현재 달러 대비 2만3720동으로 연초 대비 5% 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② 인플레이션과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은 올해 베트남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이었다. 한해 동안 베트남 정부는 물가상승과 사활은 건 전투를 벌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부터 석유와 곡물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베트남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석유 가격은 베트남의 핵심이동 수단인 오토바이 연료 가격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면서 사실상 전 품목에 영향을 끼쳤다. 베트남 석유가격은 지난 5월, 역사상 처음으로 리터당 3만동 대를 넘어섰다. 정부는 석유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환경 보호세를 50% 감면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취했다. 일부에선 정부의 가격 통제가 너무 반시장적이라며 석유공급이 한때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현재 베트남의 석유가격은 세계 유가 하락 국면과 맞물려 안정세에 있다. 베트남 석유가격은 15일 기준,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만5000~2만동 수준이다. 

베트남 정부의 당초 인플레이션 목표는 4% 이하였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11월까지의 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02%다. 이대로만 가면 정부 목표는 올해 석유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선 베트남 정부가 통계치를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치를 줄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실상 현장에서 느끼는 물가상승과 통계수치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정부는 CPI는 주요 상품·서비스군 11개 요소로 구성된다며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휘발유 가격이라고 밝혔다.
 
③ 베트남 ‘2030·2045 국가 마스터플랜’ 공식화
베트남 정부는 2045년을 향한 비전과 함께 2021~2030년의 국가 마스터플랜 결의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 각 부처에서 제시된 별도의 마스터플랜은 많았지만, 베트남 정부의 기본구상이 한데 모여 구체화 및 공식화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번 계획안은 베트남이 2030년까지 구체적인 인프라 개발 방향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2050년까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발전모델을 만들겠다는 복안이 담겼다.

이번 국가마스터 플랜의 핵심 목표는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7500달러까지 끌어올려 베트남을 중진국 중 최상위 소득국가로 도약시키고 2045년에는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해 궁극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은 2021~2030년 동안 베트남의 GDP 성장률 목표를 7%로 설정했다. 특히 남동부(메콩델타) 및 홍강 삼각주 지역(북부 산업클러스터)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약 8~8.5%로,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교육 부문은 2030년까지 인간개발지수(HDI)를 0.7 이상, 대학생 비율은 1만명당 260명, 각 분야 전문 인력은 35~40% 수준으로 끌어올려 대학 시스템을 포함해 아세안 역내에서 베트남을 최우수 교육 등급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의료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1만명당 평균 35개의 병상과 19명의 의사를 보유해 지역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하도록 한다. 주거 부문은 2030년까지 도시화 비율 50% 이상, 1인당 주택 면적을 평균 32제곱미터 이상 확보해 다른 국가들에 필적하는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한다. 경제구조는 디지털 경제와 사회를 중심 목표로 전체 국내총생산(GDP) 내 디지털 경제 비중이 약 30% 이상을 차지하도록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마스터 플랜은 인구 증가를 고려해 2030년까지 인구가 1억500만명에 도달하고 평균 연령은 75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④ 토지법 개정논의 본격화
베트남 토지법 개정은 베트남 국내 최대현안 중 하나다. 베트남 토지법은 그간 시행된 지 10년 정도 지나면서 변화한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여러 사례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기대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토지 열풍이 시작되면서 재개정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베트남 토지법은 1986년 도이머이 당시 기본 토대를 마련한 이후 ‘베트남 내 모든 토지는 모든 국민을 대표해 국가가 사용한다’는 기본 전제 아래 토지의 소유, 권리, 의미, 사용, 개발, 의무와 책임 등 토지에 대한 대부분 규정을 담고 있다. 사실상 토지법의 핵심인 토지 사용권에 대한 해석 도구로 사용되면서 부동산 거래 등 시장 운영에 기초 법령을 제공해온 것이다.

토지법 개정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 6월부터다. 제15대 국회는 제3차 회기 마지막날 회의에서 토지법 개정안이 포함된 2023년 법률과 조례 개발 프로그램에 관한 결의안을 승인했다. 지난 10월에 열린 4차회기에서는 토지법 초안에 대한 공청회와 국회 논의가 이뤄졌다. 주요 쟁점 사항은 토지회수 80% 관례 폐지, 토지 전담위원회 설치 등이다. 

개정 토지법 초안은 총 16장 24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153개 조항이 수정 및 보완됐고 36개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전 ‘2013 토지법’과 내용이 같은 조항은 48개 조항이며, 8개 조항은 삭제됐다. 베트남 정부는 최종적으로 내년 5월 열리는 5차 회기를 거쳐 2023년 10월에 열리는 6차 회기에서 토지법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⑤ 흔들리는 베트남 공직사회...비리혐의로 줄줄이 체포
연초부터 시작된 전방위적 사정에 베트남 공직사회가 철퇴를 맞았다. 집권 2년차, 공안부 출신 팜민찐 총리를 필두로 사정의 칼날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먼저 베트남 외교부 차관이었던 또아인중 외교부 차관과 응우옌꽝린 부총리 보좌관, 관련 공무원 20여명이 체포됐다. 코로나19 당시 자국민의 귀환프로그램이었던 특별 송환 프로그램에서 당시 여행사들에게 편의를 봐주고 수차례 뇌물을 받은 혐의다. 

보건부는 올해 각종 비리 혐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부처였다. 코로나19 관련 사업 스캔들로 베트남 보건당국 관료들이 줄줄이 해임됐다.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가격을 부풀려 수백억원 규모의 부당수익을 거둔 혐의다. 응우옌타인롱 보건부 장관과 이와 관계된 하노이시 인민위원장이 공산당에서 제명됐고 보건부 재무실장, 보좌관, 해당 직원들이 연이어 구금되고 체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보건부 등 유관기관들에서 약 100여명의 관련 공무원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재계에도 사정의 칼날은 그대로 미쳤다. 베트남 주요 대기업 중 하나인 FLC그룹의 창업주인 찐 반 뀌엣과 그룹 경영진 4명은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 4월 구속됐다. FLC그룹은 이 사건으로 그룹 자체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또한 베트남 유명부동산 기업인 떤황민 그룹의 도안중 회장, 반팃팟 그룹의 쯔엉미란 회장, 찌비엣증권의 팜탄뚱 회장 등이 각각 탈세, 불법채권발행,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베트남 당국은 부정부패 문제를 주요 당면 과제로 상정하고 계속해서 수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베트남 정부와 공산당 고위 간부를 포함해 약 350여 명의 인사들이 체포되거나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약 20%가 늘어난 수치다.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7월 열린 반부패 캠페인 10주년 콘퍼런스에서 "부패 방지를 위해 모든 권력이 체계적으로 통제돼야 한다“며 ”부패 척결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되돌릴 수 없는 추세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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