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법조인 송종의 전 법제처장이 29년 공직생활에 대한 회고록 <밤나무 검사의 자화상>(법률신문사 펴냄)을 출간했다.
저자는 1969년 5월 1일 대구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1995년 9월 14일 대검찰청 차장검사까지 검찰에 몸담고,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12월 20일 당시 장관급이던 법제처장에 발탁돼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3월 3일까지 공직생활을 했다.
송 전 법제처장은 검사 시절 작성한 수십 권에 이르는 업무일지를 갖고 있다. 여기에는 회의 메모부터 인사말까지 모든 내용이 빼곡히 적혀 검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송 전 장관은 그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며 회고록을 썼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을 남기는 이유에 대해 “첫째는 공직 생활 중 저지른 잘못을 가감 없이 드러내 공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이를 거울삼아 나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려는 뜻이다. 둘째는 오직 나만이 알고 경험한 사실로서 이 세상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지 않았던 내용을 글로 써 두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그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회고록에는 서울지검 평검사 시절 인적사항이 뒤바뀐 석방 지휘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서명 날인해 구속기소해야 할 피고인이 풀려나 1주일 만에 해결한 일화 등이 담겨있다.
대검 강력부장으로 범죄와의 전쟁 업무를 수행하면서 난관 끝에 서울 등 6개 검찰청에 강력부를 신설하고, 반드시 검거해야 할 두목급 조직폭력배 30명의 명단을 확정해 김태촌 등을 구속한 이야기도 펼쳐진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지휘했던 ‘슬롯머신 사건’에서 검찰 내부 인사들의 비위 사실까지 드러나며 파장이 커지자 사표를 제출했지만 반려된 얘기도 있다.
1941년 평안남도 중화군 신흥면에서 태어난 송 전 장관은 1963년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제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검 강력부장 시절인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었고, 대전지검장 때인 1991년 오대양 집단살해 암매장사건을 지휘했다. 1993년 서울지검장을 지내면서 권력 실세들이 연루된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대검 강력부장, 대전검사장, 대검 중앙수사부장, 서울검사장, 대검 차장검사 등 요직을 거쳤다.
1998년 법제처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논산으로 낙향했다.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고 영농의 길을 택한 것이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농업회사법인 써니빌주식회사를 설립해 농산물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수익금 등으로 2014년 공익법인 ‘천고법치문화재단’을 설립해 국법질서 수호와 법치주의 확립에 기여한 이들을 포상한다. 재단설립 후 지금까지 16곳에 ‘천고법치문화상’을 수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