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PF 리스크 확대에 디벨로퍼 공략 '쉼표'…"금리 꺾이면 다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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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3-04-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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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까지만 해도 '디벨로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하던 건설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 기조에 사업 추진을 쉬어가는 분위기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대형 건설사들은 시공 위주에서 시행사업까지 확대·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인상, 자금 조달 환경 악화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시행사업이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곳이 많다. 사업 추진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 부담이 막대한 시행사업을 시도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사들은 지난해 초까지 각종 시행사업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수서역환승센터, 잠실 마이스(MICE) 복합개발사업 등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인천 검암플라자 복합개발사업 수주를 추진하고 개발사업을 위해 서울 시내 호텔과 이마트 부지 등을 매입해왔다. DL이앤씨는 디벨로퍼 수주 비중을 2021년 15%에서 올해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CEO들은 신년사에서 '디벨로퍼 역량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전 포스코건설) 사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단순 도급은 더 이상 적정 수익 확보가 어려워 자체 개발 사업과 민간 투자사업 확대가 필수"라며 디벨로퍼 역량을 강조했다. 하석주 전 롯데건설 대표이사도 "종합 디벨로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HDC현대산업개발, 한화 건설부문도 디벨로퍼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개발사업은 단순도급에 비해 수익률이 높지만 리스크 역시 높다.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미분양 등으로 건설사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시행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디벨로퍼업계 관계자는 "단순도급은 사업 수익이 안 나니 자체 개발사업으로 돌파구를 찾는데, 지금처럼 PF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행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 자금 조달 자체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업 분할 이후 수익성을 위해 디벨로퍼 역량을 꾸준히 강조해온 DL이앤씨는 지난해 상반기 터키 차나킬레대교, 신림선 개통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주택 부문보다 토목에서 자체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데, 아직까지 진행 중인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도 현재 추진 중인 시행사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이앤씨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단순 도급에 대한) 수익성 고민은 있지만 디벨로퍼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오히려 PF 리스크 문제에서 자유로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홍보 관계자는 "시행사업을 검토 중에 있으나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디벨로퍼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 있다"고 밝혀왔다. 개발사업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던 현대건설 측은 "PF 리스크 등 시장 환경을 반영해 시행사업은 하고 있지 않고 단순도급만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순도급만 하다가 부지 선정부터 기획, 건축 인허가, 분양 등 전 과정을 다 맡아야 하니 투입되는 비용도 많고 리스크도 크다. 시행사업이 잘되면 단순 주택 도급보다 훨씬 수익이 높으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이라며 "현재로선 대부분 기업들이 시행사업에까지 나서기엔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금 조달 여건 등이 개선되면 향후 시행사업을 확장하는 건설사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는 금리, 미분양 등 자금 조달 환경이 개선되면 시공사들은 다시 시행사업을 더 확대할 것"이라며 "단순도급보다 자체 개발로 고유한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게 수익 면에서도,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도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분야에서 시행사업에 성공하면 단순도급보다 마진이 훨씬 많이 남는다"며 "지금 상황에선 사업 확장을 시도하긴 어렵지만 수익 확보가 어려운 단순 시공보다 디벨로퍼로 역량을 강화하려는 게 모두의 희망사항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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