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0세의 나이로 서울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한 백강현군(11)이 지난 18일 자퇴한 이유가 학교폭력과 동급생들의 따돌림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평소엔 '악플' 수준의 메일이 왔다면, 강현군이 자퇴를 한다고 밝힌 이후부터는 '협박 메일'이 됐다는 게 강현군 아버지의 설명이다.
20일 백군 어머니는 이날 오후 7시께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얘기는 길다"며 "중간고사 이후부터 문제가 불거졌는데, 자세한 얘기는 아이 아빠(백동기씨)가 오면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가 연락했을 때 백씨 전화를 강현군 어머니가 대신 받은 상황이었다.
몇 분 뒤 다시 연락이 닿은 강현군의 아버지인 백동기씨는 "비록 학폭으로 학교를 나오게 됐지만, 티를 내지 않고 '잘 마무리하고 나왔다'고 하고 나오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자퇴를 하겠다는 영상을) 올리자마자 '영상을 내리지 않으면 아이가 학교에서 꼴찌를 하고 전 과목에서 한 문제도 못 풀었다는 걸 알리겠다'는 이메일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강현이에 대한 잘못된 사실이 알려질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백씨는 "그전까지는 협박메일이라고 하는 것보단 'XX 같은 애 데리고 천재라고 왜 하냐'는 수준이었다"며 "이제는 아이 성적을 공개해서 공개 망신을 시키겠단 '협박 메일'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과학고 동급생들 "네가 이곳에 있는 건 대국민 사기다"
강현군에 대한 동급생들의 따돌림 등이 있었던 건 중간고사 이후부터다. 백씨는 "(동급생들이 강현이에게) 한두 번도 아니고 자주 아이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작업을 했다"며 "(어떤 학생들은) 강현이보고 네가 여기 학교에 있는 건 대국민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별 과제를 하면서 강현이에 대한 따돌림은 심해졌다. 백씨는 "조별과제가 많은데, 강현이가 속한 조는 '한 사람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폭탄을 맞는다' '그 조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며 깔깔 웃었다"고 말했다.
백씨의 말에 따르면 동급생들은 그러다 강현군에게 조별 과제 관련 어떤 임무도 할당하지 않았다. 백씨는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왜 과제 시간에 게임만 하고 있냐고 타박을 주곤 했다"며 "강현이는 항변을 하려고 해도 너무너무 형들이니 혼날 것 같아서 속으로 곪은 것이다"라고 했다.
강현군은 입학할 때 27kg이었는데, 현재 22kg이라고 한다. 이 상황을 강현 군의 부모님이 알게 된 건 디시인사이드의 '찐따 갤러리'라는 곳에 강현이 관련 게시물을 올릴 때부터였다. 백씨는 "(동급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XX, 아무것도 못하는 멍텅구리 등 강현이 보라고 댓글까지 주고 받으면서 모욕성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고는 '좋게 좋게 넘어가자, 학폭위도 열겠다'고 달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강현군의 부모님은 학교에 찾아갔다. 서울과학고에선 "경찰서에 신고는 하지 말라"며 "외부의 힘을 빌리면 학교 위신도 서지 않고 이미지도 나빠진다"고 말렸다는 것이다. 백씨는 "학교에서 자체 학급위원회를 개최하고, 학폭위원회도 열겠다고 했지만 (유야무야됐다)"고 주장했다.
학교에 알린 뒤로 아이들의 괴롭힘은 사라졌지만 강현군은 공식적인 '투명인간'이 됐다고 했다. 백씨는 "(학교에 이 사실을 알리고) 애들이 그전과 같은 언어폭력은 하지 않았지만 냉담해졌다"며 "완전히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제 시간엔 '투명인간'에다 집중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강현군이 눈치를 보고 웃음기도 없어지고 말도 더듬기 시작했다는 게 백씨의 주장이다.
그러다 강현군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한 건 지난 18일이다. 백씨는 "강현이가 영어 과목이 전부 과제와 팀 발표로 돼 있으니 공포감에 휩싸였다"며 "다른 건 괜찮은데 영어 조별 과제는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학교에 강현이만 따로 발표할 수 없겠냐고 했지만 '강현이 때문에 룰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강현군의 아버지가 폭로한 '선배맘' 협박 메일. [사진=백강현군 유튜브 갈무리]
선배 학부모 "우리 아이도 똑똑했다...강현이 천재 아니다"
앞서 백씨는 본인 유튜브 채널에 아들과 관련해 '치가 떨리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올리고 "강현이에게 가해진 감당하기 힘든 놀림과 비인간적인 학교 폭력에 관해 공개하겠다"며 백군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치가 떨리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며 '선배맘 메일 폭로'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앞서 강현군은 전날 유튜브에서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공식을 암기했다"며 "거울 속에서 문제 푸는 기계가 돼 버린 저를 보게 됐다"고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이에 백씨는 선배 학부모에게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백씨가 공개한 해당 메일은 "(강현군이) 중간고사 전체 과목 중 수학 한 문제밖에 못 풀었다"며 유튜브 영상을 삭제할 것을 종용했다. 그는 "강현이를 위해서 엄마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계속하게 놔둘 순 없고, 서울영재고의 재학생과 졸업생들 이미지를 사실이 아닌 거짓말로 실추시키는 걸 계속하게 놔둘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