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세훈 시장의 '녹지생태도심' 계획을 바탕으로 을지로 일대를 중심으로 한 상업·업무용 빌딩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급 가뭄을 겪던 서울 도심권역(CBD) 오피스 시장이 향후 3~4년 뒤 크게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중구 을지로3가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제1·2지구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고시했다. 해당 구역은 교보자산신탁이 사업시행을 맡아 연면적 6만7492㎡에 지하 8층~지상 24층 규모 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6년 정비구역으로 최초 지정된 지 7년 만에 사업시행계획인가가 난 것이다.
을지로3가 구역 내 제10·12지구 일대에도 연면적 4466㎡에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 도시계획시설(공공청사)이 건립될 예정이다. 시는 지난 5일 이 일대 사업시행자 지정과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했다.
을지로 유안타증권 빌딩과 IBK파이낸스타워 사이에 위치한 '명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에도 고층 업무빌딩이 들어선다. 2020년 9월 정비계획이 통과된 지 3년 만인 지난달 을지로2가 일대 명동구역 제2지구 사업시행계획인가가 나면서다. 2지구에는 최대 20층 규모 업무빌딩이, 명동 지역 1지구에는 지상 24층 규모 업무시설이 지어질 예정이다.
CBD 일대에는 이미 서소문빌딩, 동화빌딩 등 노후한 주요 빌딩에 대한 탈바꿈이 진행되고 있다. 1970년 건립된 동화빌딩은 지하 7층~지상 19층 규모 JB금융그룹 신사옥으로 개발될 예정이며 호암아트홀이 있는 서소문빌딩(구 중앙일보 빌딩)도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를 한데 모은 오피스로 재탄생한다.
이 같은 도심권 개발사업은 오세훈 시장이 추진 중인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계획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시는 도심에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하며 고밀·복합 개발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중구 무교·다동·을지로3가·서소문 11·12지구, 지난 5월에는 을지로3가구역 제1·2지구에 대한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다른 권역에 비해 개발이 저조했던 CBD 일대에 향후 3~4년간 신규 공급이 활성화하면서 업무지구로서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심혜원 JLL코리아 리서치팀장은 "노후한 자산을 신축 오피스로 재개발하기 위한 거래 수요가 관측되며 임대료 상승 기조로 사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2025~2026년 CBD 공급과잉이 예정되며 해당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지 우려도 제기된다. 2026년까지 CBD 권역에 총 68만5000㎡(약 20만평) 규모로 오피스 빌딩이 공급될 예정인데 이는 기존 CBD 오피스 규모 대비 7% 수준이다. 한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2026년까지 CBD 권역에 대규모 공급이 예정되면서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투자자들이 해당 개발사업에 대한 참여를 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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