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국제 성악 콩쿠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1’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리톤 김기훈이 ‘실내악의 성지’로 불리는 위그모어홀에서 한국 가곡의 매력을 선사한다.
김기훈은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가곡을 외국에 알리고 싶다. 한 같은 한국만의 색깔이 있는데 그런 점들을 들려드리겠다. 평소에도 가곡을 부르면 외국분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김기훈은 오는 11월 26일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1901년 개관한 위그모어홀은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인정하는 실내악 전용홀이다.
리사이틀 1부는 브람스의 ‘4개의 엄숙한 노래’를 비롯해 한국 가곡인 이원주의 ‘연’(緣)과 ‘묵향’, 조혜영의 ‘못잊어’로 구성했다. 2부는 러시아 성악가 드미트리 호보로스토프스키를 오마주한 무대로 라흐마니노프의 가곡들로 꾸렸다.
김기훈은 “어떤 가곡을 불러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못잊어’는 합창으로 듣는 걸 좋아하는 데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라며 “가곡은 시를 노래로 쓴 것이기 때문에 가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떠난 호보로스토프스키는 김기훈이 어렸을 때부터 줄곧 좋아했던 성악가다. 김기훈은 “호보로스토프스키의 음악과 노래도 좋아하지만 가장 존경하는 부분은 인간적인 면이다”라며 “‘그가 멋진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인간적으로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 위그모어홀 데뷔’에 앞서 김기훈은 오는 11월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내 관객을 먼저 만난다. 위그모어홀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선다. BBC 카디프 콩쿠르 이후 한층 성숙해진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콩쿠르 이후 수개월간 슬럼프를 겪었다고 돌아본 김기훈은 “슬럼프를 이겨내려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고,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부족함을 극복하고 나니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었다”며 “뭔가를 이루고 난 다음에 오는 허탈감 때문은 아니었다. 더 좋은 음악, 더 편한 발성,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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