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외교 수장들이 26일(현지시간)에 이어 오는 27일에도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중 외교장관이 이틀에 걸쳐서 회담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양측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 등 경제 문제를 비롯해 대만 및 북한, 중동 긴장 등 각종 현안에 대해 팽팽한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회담한 뒤 만찬을 함께했다.
미·중 양측은 두 장관이 27일 오전에도 회담을 속개한다고 발표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두 장관이) 이견이 있는 영역과 협력을 탐색하는 영역을 포함한 다양한 양자, 지역, 국제 이슈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이 미국이 자국 및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의 이익과 가치를 계속 옹호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건설적 분위기에서 중·미 관계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오는 28일까지 미국에 머무를 예정으로 이 기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왕 부장의 방미가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내달 11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수장들이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CNN은 “왕 부장의 방문은 내달 APEC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만남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 앞서 양국 외교 수장은 모두 발언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앞으로 며칠 동안 건설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왕 부장은 "중·미 두 대국은 이견과 갈등이 있지만 중요한 공동이익과 함께 대응해야 하는 도전들이 있다"며 "중·미 쌍방은 대화를 재개할 뿐 아니라 깊고, 포괄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하고, 오해와 오판을 막고, 호혜적 협력을 끊임없이 추구하면 양국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 궤도로 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미 관계에는 늘 이런저런 잡음이 있다”면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중국은 차분하게 대처한다. 시비는 누가 힘이 세고 목소리가 큰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비를 판단하는 기준은 중·미 3대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을 준수하는지 여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준수하고 시대 발전의 조류에 순응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왕 부장은 "시간과 사실이 모든 것을 증명할 것이며, 역사는 공정한 입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부연했다.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 발언에 동의한다고 했다.
왕 부장의 방미는 올해 초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미·중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은 후 중국 최고위 인사의 미국행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양측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과 통화를 하고 중국이 이·팔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4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측이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할 때 이를(중동 긴장 확산 방지) 수행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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