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칼럼] 리더의 안목이 실력이고 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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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 2024-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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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미·중 기술전쟁 시대, '식칼 신공'으로 대응하는 중국
뒷북치면 죽고, 2등 하면 깡통 되는 AI혁명시대에 농업시대 태어나서 제조시대에 성장하고 일한 5말6초, 6말7초들에게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 아닌 AI혁명시대의 수확 체증의 법칙이 이해가 안 된다. 제조시대에는 금·은·동메달이 있었지만 AI혁명시대에는 1등이 독식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모른다.

석유로 세상이 돌아가던 제조시대에는 큰 것이 작은 것을 먹고, 전기로 돌아가는 정보화시대에는 빠른 것이 느린 것을 먹었지만 빅데이터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AI혁명시대에는 친구 많은 것이 친구 적은 것을 먹고, 큰 것도 먹고, 빠른 것도 먹어 치운다. 비트코인, 테슬라, 엔비디아 주가가 나 홀로 폭등하는 것을 투기라고, 버블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AI혁명시대에는 1등이 독식하는 승자독식의 '신(新)법칙'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의 국력은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ion)이 아니라 국내총데이터생산(Gross Data Production)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플랫폼의 크기와 거기서 발생하는 빅데이터의 양이 AI의 지능을 결정짓고, 성능을 결정짓고, GDP 규모도 결정짓는다. 인력의 투입량, 자원의 투입량이 아닌 정보의 투입량이 힘이고 경제력이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 하나 빼고는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어졌다. 중국의 기술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까지 동원해서 14㎚ 이하 첨단기술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기술, 장비, 제품, 서비스까지 틀어막고 있지만 중국은 회칼이 없으면 식칼로 여러 번 썰어 회를 뜬다는 식의 '식칼 신공(神功)'으로 미국에 대응하면서 미친 듯이 반도체 국산화에 올인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10년간 64조원 규모로 반도체펀드를 만들어 반도체산업에 투자했고 2024년부터 다시 64조원을 투자한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 원자폭탄을 개발했던 오펜하이머시대로 다시 진입하고 있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전쟁 양상을 바꾸고 국가패권까지 바꿀 기세로 발전하다 보니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AI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AI의 발전이 가져올 인류에 대한 위험성보다는 AI가 중국의 손으로 넘어갔을 때의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미봉책, 한발 앞서가는 전략이 답
세계 2위로 올라선 경제력에 세계 최대의 빅데이터 생산국인 중국은 첨단 반도체만 있으면 바로 미국을 추월할 기세다. 미국은 뒤에 오는 놈 사다리 걷어차기로 막고 있지만 미봉책이다. 중국이 엄두를 내지 못할, 반도체(semi-conductor)가 아닌 초전도체(super-conductor), 컴퓨터(computing tech) 기술이 아닌 양자 기술(quantum tech)로 중국을 제압해야 하지만 미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세상 모든 것이 배반해도 공부는 배반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에서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리더들의 과학기술 공부다. 중국은 국가지도자 서열 상위 25명이 45일에 한 번씩 모여 그룹 스터디(集体学习)를 한다. 2002년 이후 174회를 했고 시진핑 정부 들어서만 95회를 실시했다. 이 스터디는 주석부터 정치국원 25명 누구도 결석이 허용되지 않는다.

주야장천 결론도 없는 싸움질만 하는 정치와 공부하는 정치는 정치체제를 떠나서 이미 승부가 갈린다. 중국 정치국 위원들은 이 그룹 스터디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매체 융합, 블록체인, 양자 기술, 탄소중립, 생물 안전, 신에너지 분야를 공부했고 그룹 스터디 이후 1-2개월 뒤에는 관련 산업에 관한 국가정책이 바로 실시된다.

미국의 전기차 테슬라, 자동차회사 GM, 포드, 스마트폰회사 애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화장품 에스티로더, 슈퍼마켓 월마트는 멀쩡하게 중국에서 장사 잘하고 점포 늘리고 있는데 한국은 자동차, 스마트폰, 커피 프랜차이즈, 화장품, 슈퍼마켓 다 문 닫고 나와서 중국은 끝난 나라라고 한다.

지금 세상에는 세 부류의 나라들이 있다. 달 보고 소원 비는 나라, 달에 올라가는 나라, 달 뒷면의 흙을 퍼오는 나라다. 국제 상황이 이런 데도 국제 감각, 미래 감각은 없고 지나간 역사 시비만 가리고 있는 정치는 망한다. 미국과 맞짱 뜨는 나라 중국, 미국과 협력해 실리를 단단히 챙기고 경제와 금융을 살린 일본을 망했다고 하는 나라는 진짜 망한다. 세계 13등 하는 나라가 2등 하는 중국, 4등 하는 일본 걱정한다.
탈(脫)중국해야 한다는 반중 정서가 사상 최고인데 한국 식당가에 늘어나는 것이 마라탕, 훠궈, 양꼬치집이고 학원가에는 탕후루 집이다. 중국 판다가 대여기간 규정이 끝나서 돌아갔는데 돈 들여서 다시 데려오자고 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판다 학대한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돈 들여 광고도 한다. 참 아이러니다.

무시하다 당한다. 청나라가 유럽의 작은 섬나라 영국 무시하다 당해서 150여 년간 반식민지가 되었고 영국은 식민지 미국 무시하다 패권을 내주었다. 지금 미국·중국을 물로 보다가 중국의 실력을 알고 나서 비상이 걸렸다.

리더의 안목이 실력이고 국력이다
돈에는 체면이 없다. 유럽의 맹주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이 중국과 단절하라고 범처럼 나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총리들이 중국을 방문해 실리를 챙겼고 미국의 쿼드 동맹의 한 축인 호주는 미국에서 핵잠수함 기술을 받고 나자 중국과 다시 악수하고 모든 무역 거래를 다시 정상화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기고 있다.

한국은 1993년 중국 GDP의 83%나 되었을 때 중국에 사장님, 큰형님으로 대접받았지만 지금은 9%대로 쪼그라들었다. 왜 시진핑 주석이 직접 방한을 안 하고 총리를 보내냐고 하지만 지금 한국 GDP는 중국 광둥성 한 개성 GDP보다 작아졌다. 우리 입장이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중요성과 의미를 냉정하게 판단해서 외교를 해야 한다.

반도체는 지금 한국의 미·중 관계의 임계철선이고 한국 안보의 최종병기 활이다. 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반도체 수명이 한국 외교의 수명이다. 미·중·일·유럽 심지어 인도까지 반도체 기술 경쟁, 보조금 전쟁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중에 비하면 쥐꼬리만 한 보조금을 어떻게 줄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그 회사 사장의 그릇만큼 크고, 국가는 리더들의 미래를 보는 시력, 통찰력만큼 성장한다. 40년 전 할아버지의 반도체에 대한 혜안이 아들을 행복하게 했고 손자를 웃게 만들었고 한국을 당당하게 만들었다. 결국 리더의 안목이 실력이고 국력이다. 과거에만 집착하는 정치와 외교는 후퇴한다. 미래와 국제적 관점에서 한국의 위상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액션해야 미·중의 전쟁 속에서 당당해질 수 있고 제대로 된 실리도 챙길 수 있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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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의 리더는 국민이 뽑습니다.
    결과도 국민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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