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미증유의 다양한 문제들이 떠오르고 있다. 인류에게 장수는 축복이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막상 도래한 장수사회에는 기대해 왔던 바와 다른 역설적인 현상들이 빚어지고 있다. 장수패러독스(Longevity Paradox)의 첫째는 생물학적 출산율의 격감이다. 수명증가에 따라 출산율이 저하되는 수명과 출산율의 역비례 관계는 생명현상의 보편적 원리로서 모든 동식물에 적용되고 있으며 인류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둘째 장수패러독스는 인간관계 변화로 인한 사회질서의 변조이다. 함께 오래 살면 살수록 가족이나 친구 또는 이웃과의 관계는 강화되어 연대가 증폭될 것으로 기대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장수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간관계가 변하고 세대 갈등이 증폭되어 사회의 근간이었던 질서와 윤리의 바탕이 흔들리고 있음을 본다.
인간관계 변화로 인한 현실적인 문제는 노인케어의 주체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다세대 대가족 구조가 기본이었고, 노인케어는 가족의 일이었다. 지중해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구곡순담 장수벨트 지역에는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공적 양로시설이 거의 없었다. 노인은 대가성 서비스가 아닌 가족에 의한 정서적 봉사를 통하여 자기가 살던 곳에서 가족과 함께 오래 살 수 있는 향거장수(Aging in Place), 살던 곳에서 가족의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향거치유(Care in Place)를 누리고 살아왔다. 그러나 인구 도시집중은 핵가족화를 초래하고 미혼과 이혼이 급증하여 가족이 해체되면서 노인케어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닌 사회가 대응하여야 하는 문제로 바뀌어 버렸고, 사회적 개호의 양로원과 요양원이 필수 시설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노인케어는 전문시설과 전문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재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비용 장수사회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 수명연장시대로 접어들면서 노인케어의 대상자가 급증하고 설상가상으로 출산율의 급속한 감소는 후속세대에게 재정적 사회적 부담을 가중하여 미래를 암울하게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구곡순담 장수벨트를 중심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 백세인의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세인의 가족 동거율이 90%에서 50%로 격감하고 독거율이 10%에서 30%로 급증하고 양로시설 입주가 0%에서 20%로 늘었음이 밝혀졌다(한국의 백세인 20년의 변화, 군자출판사). 이러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농촌지역에서도 노인케어의 주체가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인케어의 주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부모자식 간에도 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장수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족의 구조와 역학 변화이다. 수명이 연장되고 다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세대 수직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대간에 보다 폭넓은 소통과 유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손자녀 양육을 위한 조부모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다세대 가족의 역할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노부모를 모셔야 하고 자식을 챙겨야 하는 중간세대에게는 정서적 재정적 스트레스가 되어 사회 불안요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심화되는 세대 갈등은 상황을 복잡하게 이끌고 있다. 과거 명절이면 수천만명이 교통지옥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가족과 고향을 찾았다. 이제는 귀성인파도 극감하고 고향도 친구도 찾지 않고 오로지 화상통화나 목소리 듣는 정도로 만족하는 세태로 변질하고 있다. ‘좋아하면 더 노력해야 한다 (多愛必多費)’는 단순한 논리에 반하여 고생을 회피하는 상황으로 바뀌면서 관계의 강도가 줄어드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가족의 핵심인 부부관계마저 크게 변하고 있다. 함께 오래 살면서 공유한 경험과 상호 지원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왔는데 장수는 부부관계의 지속적 적응과 재협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배우자의 사망, 이혼 또는 동반자에 대한 욕구변화로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초래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신장성은 이슬람문화권이지만 일부일처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 지역의 백세인 조사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과 이혼이 비교적 자유로운 지역이기 때문에 백세남성의 경우 일생 동안에 평균 5회의 결혼을 하였으며 백세여성의 경우도 평균 3번의 결혼을 하였다고 보고되었다. 이런 현상은 부부라는 관계가 반드시 영속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수명이 길어질수록 결혼과 이혼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부부 윤리의 핵심인 해로동혈(偕老同穴)의 의무가 장수사회로 접어들면서 점차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수사회에서는 친구관계도 변한다. 평생의 우정은 사회적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요인이며 오래 갈수록 우정은 강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수인의 경우는 대부분 사별에 따른 친구 상실로 인한 슬픔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 절실하게 노력하는 백세인의 모습을 본다. 강원도 산골에서 매주 서너 시간 걸려 험한 산을 넘어가서 친구를 찾아가는 백세인이 있었다. 친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감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수사회에서 친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새로운 친구를 더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대를 벗어나서 친구를 찾아야만 한다. 경로당에서 칠팔십대 젊은 노인들과 어울리려고 애쓰는 백세인을 만나면서 장수인의 외로움을 덜기 위한 절실한 노력을 본다. 세대란 성장과정에서 겪는 정치경제사회의 변혁에 따라 생활패턴과 문화는 물론, 판단기준과 사고방식이 달라지면서 결정되기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는 시대정신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변화가 크지 않았던 전통사회에서는 세대 갈등도 크지 않았지만 현대의 급속한 사회적 변화는 시대정신에 큰 차이를 가져왔으며 급증하는 고령인의 숫자는 세대 갈등을 증폭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세대 차이를 적극 포용하면서 어울리려는 노력을 하여야만 한다.
노인케어 주체의 변화, 파트너십의 변조 및 상실의 경험과 같은 장수패러독스도 있지만 반대로 장수는 인간간의 더 깊은 유대와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여야 한다. 그러나 수명의 연장은 관계의 본질에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평생학습과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기 건강을 지키고 자기 삶을 독립적으로 견지하며 수혜복지 대상이 아니라 참여복지 주체로서 공동체를 위한 봉사에 앞장서서 후속세대에게 사회적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미래공동체는 모든 연령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 가능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세대 갈등을 배제하고 사회적 포용을 촉진하며, 고령자의 기여를 존중하고 감사하는 문화를 조성하여야 한다. 또한 의료, 기술 및 사회 정책의 발전을 통해서 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장수사회에 초래될 인간관계망 와해라는 장수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한 절실한 노력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인간관계 변화로 인한 현실적인 문제는 노인케어의 주체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다세대 대가족 구조가 기본이었고, 노인케어는 가족의 일이었다. 지중해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구곡순담 장수벨트 지역에는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공적 양로시설이 거의 없었다. 노인은 대가성 서비스가 아닌 가족에 의한 정서적 봉사를 통하여 자기가 살던 곳에서 가족과 함께 오래 살 수 있는 향거장수(Aging in Place), 살던 곳에서 가족의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향거치유(Care in Place)를 누리고 살아왔다. 그러나 인구 도시집중은 핵가족화를 초래하고 미혼과 이혼이 급증하여 가족이 해체되면서 노인케어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닌 사회가 대응하여야 하는 문제로 바뀌어 버렸고, 사회적 개호의 양로원과 요양원이 필수 시설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노인케어는 전문시설과 전문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재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비용 장수사회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 수명연장시대로 접어들면서 노인케어의 대상자가 급증하고 설상가상으로 출산율의 급속한 감소는 후속세대에게 재정적 사회적 부담을 가중하여 미래를 암울하게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구곡순담 장수벨트를 중심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 백세인의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세인의 가족 동거율이 90%에서 50%로 격감하고 독거율이 10%에서 30%로 급증하고 양로시설 입주가 0%에서 20%로 늘었음이 밝혀졌다(한국의 백세인 20년의 변화, 군자출판사). 이러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농촌지역에서도 노인케어의 주체가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인케어의 주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부모자식 간에도 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장수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족의 구조와 역학 변화이다. 수명이 연장되고 다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세대 수직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대간에 보다 폭넓은 소통과 유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손자녀 양육을 위한 조부모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다세대 가족의 역할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노부모를 모셔야 하고 자식을 챙겨야 하는 중간세대에게는 정서적 재정적 스트레스가 되어 사회 불안요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심화되는 세대 갈등은 상황을 복잡하게 이끌고 있다. 과거 명절이면 수천만명이 교통지옥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가족과 고향을 찾았다. 이제는 귀성인파도 극감하고 고향도 친구도 찾지 않고 오로지 화상통화나 목소리 듣는 정도로 만족하는 세태로 변질하고 있다. ‘좋아하면 더 노력해야 한다 (多愛必多費)’는 단순한 논리에 반하여 고생을 회피하는 상황으로 바뀌면서 관계의 강도가 줄어드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가족의 핵심인 부부관계마저 크게 변하고 있다. 함께 오래 살면서 공유한 경험과 상호 지원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왔는데 장수는 부부관계의 지속적 적응과 재협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배우자의 사망, 이혼 또는 동반자에 대한 욕구변화로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초래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신장성은 이슬람문화권이지만 일부일처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 지역의 백세인 조사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과 이혼이 비교적 자유로운 지역이기 때문에 백세남성의 경우 일생 동안에 평균 5회의 결혼을 하였으며 백세여성의 경우도 평균 3번의 결혼을 하였다고 보고되었다. 이런 현상은 부부라는 관계가 반드시 영속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수명이 길어질수록 결혼과 이혼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부부 윤리의 핵심인 해로동혈(偕老同穴)의 의무가 장수사회로 접어들면서 점차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수사회에서는 친구관계도 변한다. 평생의 우정은 사회적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요인이며 오래 갈수록 우정은 강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수인의 경우는 대부분 사별에 따른 친구 상실로 인한 슬픔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 절실하게 노력하는 백세인의 모습을 본다. 강원도 산골에서 매주 서너 시간 걸려 험한 산을 넘어가서 친구를 찾아가는 백세인이 있었다. 친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감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수사회에서 친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새로운 친구를 더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대를 벗어나서 친구를 찾아야만 한다. 경로당에서 칠팔십대 젊은 노인들과 어울리려고 애쓰는 백세인을 만나면서 장수인의 외로움을 덜기 위한 절실한 노력을 본다. 세대란 성장과정에서 겪는 정치경제사회의 변혁에 따라 생활패턴과 문화는 물론, 판단기준과 사고방식이 달라지면서 결정되기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는 시대정신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변화가 크지 않았던 전통사회에서는 세대 갈등도 크지 않았지만 현대의 급속한 사회적 변화는 시대정신에 큰 차이를 가져왔으며 급증하는 고령인의 숫자는 세대 갈등을 증폭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세대 차이를 적극 포용하면서 어울리려는 노력을 하여야만 한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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