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라피더스, 양산 서두르지만 '38조원' 부족…日차기 총리 리더십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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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도쿄(일본) 통신원
입력 2024-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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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장 내년 공장가동에 약 10조원 필요

  • 최첨단 반도체 양산까지 총 38조원 조달해야

  • 자민당 구심력 약화, 라피더스 지원에 영향

  • 차기 정권 리더십에 기대의 목소리

라피더스 로고사진로이터·연합뉴스
라피더스 로고[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가가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시대 속에 세계 각국이 자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반도체 시장에서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선두 집단에서 탈락한 일본도 재기를 꿈꾸며 최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목표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4조엔(약 38조원)에 달하는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어 차기 일본 총리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홋카이도 지토세시에서 열린 라피더스 기공식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예산, 세제, 규제 등 모든 면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투자 지원 패키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기시다 총리는 약 1년 후인 올 7월에는 건설 중인 공장을 시찰한 후 이 자리에서 반도체 관련 법률을 정비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지토세 공장은 올해 10월에 외관 공사를 완성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할 계획이다. 당장 2025년 4월부터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장비 구입 비용 등으로 약 1조엔(약 9조5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개사가 출자해 설립한 라피더스는 올해 안에 출자사로부터 총 1000억엔(약 9451억원)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은행 차입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자금을 충당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조달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양산까지 필요한 자금은 내년 공장 가동 자금 1조엔을 포함해 총 4조엔으로 추산된다.

라피더스는 2나노(㎚·10억분의 1m) 차세대 반도체의 국내 양산을 통해 2030년대에 매출 1조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정부 지원을 받아 공장 건설까지는 어떻게든 마친다 하더라도, 양산을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현재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에 투자한 한 기업 임원은 "시제품의 성능과 고객 확보 전망을 모르는 상황에서 수백억엔의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자 기업의 이사는 "공장 가동까지 자금 지원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경제산업성 간부는 "민간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지원이 어렵다"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정부 부처 간에도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경쟁력을 중시하는 경제산업성과, 재정을 중시하는 재무성 사이에서 정부 지원 규모를 둘러싼 눈치싸움이 격렬하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라피더스의 자금 조달 협상에서 보여주는 것은 정(政),관(官),민(民)이 하나가 된 반도체 부흥을 이끌 리더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한국과 대만과의 투자 경쟁에서 밀리며 미세화 기술에서 20년 가까이 뒤처져 있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가운데 2027년에 2나노급의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라피더스의 목표는 업계 내에서도 '무모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야심 찬 도전이었다.

닛케이는 "회의적인 목소리를 잠재운 원동력은 반도체가 국가 존망과 직결되는 중요 물자라는 정부의 강한 위기의식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2021년 5월, 자민당 내에서 경제 안보 정책에 정통한 스가 요시히데 전 간사장이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부총재 등과 함께 '반도체전략추진의원연맹'을 발족했다. 스가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없으면 사회는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반도체 부흥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울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발맞춰 같은 해 6월 경제산업성이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을 수립하면서 반도체 부흥의 물꼬가 트였다. 10월 기시다 정권이 출범하자 거액 지원의 첫 번째 사업으로 대만 TSMC의 구마모토현 유치를 추진했고, 2022년 11월에는 라피더스 지원을 결정하였다.

닛케이는 "대만과 한국은 특정 기업에 정책적 지원과 민간 자금을 집중해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을 키웠다"면서 "반도체 부흥을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장기적인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27일 투·개표가 실시되는 자민당 새 총재에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현 정권의 구심력이 약해지면서 라피더스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강해졌다"며 "차기 정권이 반도체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 라피더스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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