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들어 철회·유예만 7차례…"주거복지정책엔 일관성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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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입력 2024-10-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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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양평 고속도로 등 이랬다저랬다…올초 공공주택 공시가 백지화

  • 신뢰도 훼손·시장 혼란 더 가중…전문가 "발표 전 심도 있는 검토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내걸린 디딤돌 대출 등 정보 20241017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내걸린 디딤돌 대출 등 정보. 2024.10.17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정책이나 규제가 발표됐다가 번복되거나 유예 및 철회를 하는 일이 반복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정책이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책 신뢰도 훼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아주경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윤석열 정부 임기 시작인 2022년 5월 10일부터 이날까지 국토교통부 정책 보도 기사에 '번복'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전국 일간지 및 경제 일간지 기사 24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정책을 발표했다가 철회 혹은 유예한 횟수는 디딤돌 대출 규제 유예를 포함해 일곱 차례에 달했다. 

먼저 윤석열 정부 취임 첫해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이 2년 유예돼 논란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2022년 안에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안을 발표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당시 국토부가 발표한 '8·16 대책'에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포함돼 있지 않아 '공약 파기' 논란을 겪었다.

논란이 되자 정부는 "부동산 시장, 주거 안정의 상황을 파악했을 때 향후 5년 정도는 (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당초 시기하고 딱 맞냐, 늦어지냐 하는 것은 전체 맥락에서 볼 때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정부 해명에도 올해 5월 1기 신도시 정비 계획이 발표되기 전까지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을 겪어야 했다. 

2022년 9월에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시행을 두고 정부가 혼선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 제도 시행을 두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한 달 뒤인 10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기도 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냉각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시장 상황·주택 수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부동산 제도의 질서 있는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15억원 초과 대출금지 규제 완화) 정책 과제 및 정책 발표 일정 등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거나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정부는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대출을 허용했다. 

청년 주거지원 정책이 한 달 유예된 사례도 있다. 국토부는 '8·16 대책'을 통해 9월 내 청년 주거지원 정책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청년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며 한 달 뒤인 10월 말로 청년 주거지원 정책 발표를 미뤘다. 

용산공원 시범 개방을 두고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5월 19일 용산공원 일부를 시범 개방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뒤 개방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국토부는 "편의시설 등 사전준비 부족으로 관람객 불편이 예상된다"고 해명했지만, 거듭된 입장 번복으로 오염물질이 해결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용산공원은 1년 뒤인 지난해 5월부터 개방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양평 간 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정부와 대통령실이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혼선을 빚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바로 다음 날 대통령실에서 '백지화 취소' 입장을 내면서 고속도로 사업이 추진되던 양평군민들이 혼란을 겪는 일이 있었다. 

올해 들어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정책이 전면 백지화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공시가격의 신뢰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동주택의 층과 향, 조망 등 가격 결정 요인에 등급을 매겨 이를 단계적으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돌연 아파트 공시가격 결정 요인인 층·향·조망에 등급을 매겨 전면 공개하겠다던 방침을 철회했다. 국토부는 "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층·향 등급의 구체적 공개 방법과 형식을 검토한 결과, 개인 자산에 정부가 등급을 매겨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개인 자산에 등급을 매겨 공개하면 재산권 침해, 시장가격 교란 우려가 있다는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셈인데, 정책 결정 단계부터 고려될 수 있었던 사안을 뒤늦게 받아들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는 원칙 없이 시행되는 정부 정책이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책을 발표할 때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정책이 불러올 파장과 영향, 그 효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하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한문도 명지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는 "디딤돌 대출 규제는 세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사료된다"면서 "세수가 부족하더라도 국민 주거복지 정책에 대해선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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