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27일 치러지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로 인한 강한 역풍에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3일, 자민당이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출하면서 경합 지역구를 중심으로 조직을 총동원해 공세를 펼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간부는 21일 밤 당본부에서 약 1시간 가량 협의를 통해 ‘중점구’를 설정했다. ‘중점구’에는 20개 광역자치단체의 40개 선거구와 오사카부의 전체 선거구가 포함됐다.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만큼 이들 지역구에는 당 간부가 집중적으로 응원 연설을 할 예정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선거 직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연립 여당이 과반을 밑돌 가능성이 나오면서 이시바 총리의 절박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21일, 후보자들에게 긴급 통지문을 보내 “죽기 살기로 전국을 돌겠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가 입에 담은 ‘악몽같은 민주당 정권’이라는 표현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주 사용해 온 말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3일 “자민당이 고전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민주당의 후신 격인 입헌민주당의 정부 운영 능력이 낮다고 주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또 “이시바 총리는 과거 ‘악몽’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 아베 전 총리를 비판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시바 총리는 2019년에 “끝난 정권을 불러와 ‘자신들(자민당)이 옳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같은 발언을 했던 아베 전 총리를 비판했던 적이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자민당 내에서는 선거 후를 겨냥한 발언도 나오고 있다.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은 20일 공영 NHK 방송에 출연해 자민당과 공명당 연대를 확장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협의를 긍정적으로 해 가야 한다”고 부정하지 않았다.
한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22일 격전지를 중심으로 유세를 이어가며 자민당의 비자금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노다 대표는 사이타마현에서 기자단을 만나 “상대측(자민당)이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지금부터가 승부”라고 말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21일 ‘차기 중의원 선거 동향’ 여론조사(19∼20일)에서 자민당 중의원 의석수가 기존 247석에서 최대 50석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 결과를 보도했다. 다음날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경합 지역구에서 잇따라 패할 경우, 두 당의 의석수가 최대 70석까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