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어코리아는 선박용 에어컨, 댐퍼 등 공기정화·조절(HVAC) 장비를 제조해 국내·외 대형 조선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자다. 시장 점유율은 국내시장의 98%, 세계시장의 40%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2020년 선박 덕트에 설치하는 부품인 웨더 타이트 댐퍼의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하도급 거래 관계였던 중소 수급사업자 A사의 도면을 사용해 비슷한 제품을 자체개발했다. 대형 조선업체에 납품하기로 예정됐던 제품의 발주가 진행되지 않아 이상한 점을 느끼던 A사는 하이에어코라아에서 해당 제품을 제조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이에 A사는 기술유용행위와 발주를 가로채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하였으나 하이에어코리아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A사는 지난 2022년 11월 하이에어코리아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또 하이에어코리아는 A사와의 거래를 단절한 뒤 이들이 납품하던 케미컬 필터를 구할 수 없게 되자 경쟁업체에 도면을 건낸 뒤 동일한 제품을 제조할 것을 요청했다.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기술유용 행위 중 하나다. 도면을 제공받은 경쟁업체는 해당 제조 요청을 도의상 거절했다.
이와 별도로 하이에어코리아는 △하도급거래 계약서 미교부 71건 △기술자료 요구 시 법정 서면 미교부 24건 △기술자료 수령 시 비밀유지계약 미체결 1건 등의 법 위반사항도 적발됐다.
이에 공정위는 하이에어코리아의 기술자료 사용·제3자 제공행위 등이 하도급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향후 재발방지명령, 행위중지명령, 기술자료 폐기·보고명령 등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기술유용 관련 사건으로 역대 최대 과징금인 26억4800만 원을 부과한 뒤 하이에어코리아·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김홍근 공정위 기술유용조사과장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자의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 제공하는 행위에 부당성이 중대함에도 혐의 입증이 어려운 보복조치를 적발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보복조치를 직접 지시한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중히 제재한 것으로 기술자료 수령 시 비밀유지계약 미체결 행위를 처음으로 적발한 사례"라고 말했다.
또 "비밀유지계약 체결에 대한 업계의 경각심을 높여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소기업이 노력을 들여 개발한 기술자료를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용하는 등 중대하고 고의적인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