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치러진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이제 전 세계의 시선은 남미로 향할 전망이다. 이번 주 페루 리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이어 다음 주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예정된 가운데 1년 만에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여부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APEC 정상회의는 10~16일(이하 현지시간)까지 'EMPOWER, INCLUDE, GROWTH(권한 부여, 포용, 성장)'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주요 정상들은 오는 15~16일 정상회의에서 무역·투자 강화와 혁신·디지털화 촉진, 지속가능한 개발 촉진, 탄소 배출 절감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또한 18~19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공정한 세계와 지속 가능한 지구 건설'이라는 주제하에 식량 안보, 기후 변화, 디지털 인프라 등이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따라서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앞으로 약 10일간 남미에 집결할 전망인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 의사를 나타냈다. 이에 작년 APEC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에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양측은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16일 페루를 방문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17~19일 브라질로 건너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동시에 아마존 우림을 돌아볼 예정이다. 또한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13~17일 페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17~21일에는 브라질에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내년 1월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바이든으로서는 이번이 그의 대통령 재임 중 마지막 APEC 및 G20 정상회의가 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다자간 협력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만큼 APEC과 G20 등 각종 국제 협력체의 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홍콩중문대 중국연구센터의 팀 서머스 조교수는 "미국 대통령 교체가 임박한 상황에서 시진핑과 어떠한 양자 회담을 갖더라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다만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의 외교 정책 유산을 드러내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 중국연구센터의 닐 토마스 연구원 역시 이번에 미·중 정상이 만나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시진핑이 바이든을 만나는 최선의 이유는 미·중 관계에 대한 호의적 제스처를 나타내기 위함이지만 이는 트럼프 정부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미·중 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소재 버크넬대학의 주즈췬 정치학 교수는 "바이든은 레임덕(대통령)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깜짝 놀랄 만한 것이나 특별한 소식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양국이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미국 대통령이 어느 당에서 나오든 중국이 미국 정부와 함께 협력하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것(정상회담)은 트럼프에게 보내는 간접적 메시지로, 그가 이러한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관계를 망치지 말라는 희망이 담긴 내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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