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주요 종목들로 구성된 코스피200 지수가 외면받고 있다. 답답한 박스권 증시에 개인투자자들도 외면하고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홍보에 여념이 없어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단말기 사업자, 자산운용사 등 지수 관련 업체에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최상단에 고정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은 물론 코스콤 체크 단말기에서도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최상단에 고정돼 있다.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코스피, 코스피200, 코스닥 등과 함께 국내 주요 지수 목록에 올라 있다. 미래, 삼성, KB 등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 주요 운용사도 각 홈페이지에 해당 상품을 메인으로 걸어 놓았다. 코스피200 지수는 뒷전으로 밀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는 증권금융·예탁원 등 유관기관과 2000억원 규모 펀드(‘기업 밸류업 펀드’)를 조성해 밸류업 지수 ETF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지금은 밸류업이 정책 지수에 머물러 있지만 코스피200 대신 밸류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해당 지수를 국내 대표 지수 상품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1994년 6월 국내 상장사 중 대표 기업 200개로 구성된 코스피200은 지수 사업을 시작한 지 30년 지났지만 지금은 거래소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됐다. 미국 증시 투자 붐이 일면서 투자 자금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코스피200을 100% 추종하는 KODEX200의 순자산(AUM) 규모는 5조5970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6조3790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AUM 순위 역시 1위 자리에서 밀려나 줄곧 2위 혹은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S&P500, 나스닥 지수 관련 상품은 각각 4위, 6위를 차지하며 KODEX200 자리를 넘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련 해당 지수 상품이 곧 코스피200 상품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밸류업 지수를 메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정기 변경 횟수 확대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 관계자는 “정기 변경 1회는 시장과 큰 괴리율을 보이기 때문에 횟수를 늘려야 한다”며 “S&P500, 나스닥 지수는 4번의 정기변경을 통해 실제 시장과 괴리율을 줄인다. 그래야 고려아연 등처럼 이상종목 급등에 따른 영향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기업을 밸류업 지수에 넣어서는 안 된다"며 "S&P500처럼 현재와 미래 성장성을 보고 편출입 종목을 결정하고 이 종목들이 왜 편입됐는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코스피200을 대체할 새로운 지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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