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예산시장 재개장을 앞두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유튜브 채널에 '재개장에 6개월이나 걸린 이유, 와 보시면 압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하며 오픈 준비 중인 상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상인들은 터무니없이 상승한 임대료 문제에 대해 하소연했다. 한 상인은 월세가 10만원에서 20배 오른 200만원까지 인상됐다고 말했다.
이에 백종원은 "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절머리가 나는 사람이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시장의 경쟁력을 무너뜨린다고 판단되면 저희와 마음이 맞는 분들을 모시고 시장을 옮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종원은 이미 1년 전, 같은 이유로 방송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건물주들이 기존 상인들에게 돌연 퇴거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자 백종원은 "건물주 좋은 일만 시켰다"며 한탄했다.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상가까지 매입했지만 주변 상가에 있던 10년 된 통닭집이 퇴거되는 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이처럼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원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인지 살펴보려 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대체 무엇?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인근의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자본이 유입되고, 이에 따라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지주계급 또는 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유래됐으며,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가 처음 사용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의 경제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면서 경제적 활성화가 이뤄지고, 새로운 상업 시설과 고급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주거 환경도 개선된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유입되면 지역의 안전성이 높아져 기존 주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된다. 이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하지만 긍정적은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과 경제적 변화로 저소득층 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초래하고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집값과 임대료 상승은 원주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며, 이들을 이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또 이 과정에서 지역 고유의 특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떠나겠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덮친 지역은?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구도심의 상업공간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홍대, 삼청동, 경리단길, 이태원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유명했던 홍대는 저렴한 가격에 예술가와 젊은층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개발이 진행되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고, 그 결과 기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고급 카페와 식당이 늘면서 원래의 분위기와 문화적 특성이 사라지게 됐다.
삼청동은 2000년대 초 한옥 개조 사업을 시작으로 박물관, 미술관 등이 들어서면서 예술인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후 삼청동은 서울의 숨겨진 명소로 알려지며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이 됐다. 그들의 취향에 맞는 프랜차이즈와 커피숍이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상승했고, 상인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상가 공실률이 증가하고, 2010년대 중반부터 상권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경리단길, 이태원 역시 비슷한 이유로 상권이 쇠퇴하고 지역 특색도 잃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구월동, 신포동도 옛 모습이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최근에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의 상가 임대료가 해운대해수욕장을 넘어서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1990년대 'X세대'의 해변 테라스 문화를 주도하던 레스토랑 '게스후'가 문을 닫으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심각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막을 순 없을까?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통제와 주택 보존 구역 설정을 통해 기존 주민들이 이주하지 않도록 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주택을 건설하며 지역 상권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주민들이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커뮤니티 기반 개발과 사회적 기업의 지원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부 자본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역 사회가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건물주와 세입자가 상생한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효과를 본 것이 서울 성수동이다. 당시 성수동은 건물주와 임차인 간의 협상 중재와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으로 임대료를 낮추는 데 성공한 바 있다. 2021년 성동구가 실시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같은 해 상생협약 체결 건물의 임대료 상승률은 2.49%로 미체결 건물보다 0.36%포인트 낮게 나타났었다.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단기적인 개발 이익을 넘어서 사람 중심의 정책과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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