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5일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한 한국 가계부채 현황과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99.2%)를 고점으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기준 92.0%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주요 43개국에선 다섯 번째로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5%로 여전히 가팔랐다. 이는 주요 선진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부동산 투자와 전세대출 확대 등 자산 매입 목적의 대출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의 주택 구입 목적 가계대출 비중은 전체 가계부채 중 60.2%를 차지했다. 특히 2015년 이후부터 소비 목적으로 쓰이던 가계부채가 자산 매입 목적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했다. 전세대출 역시 2016년 이후 연평균 20~30% 증가해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전 세계 평균(66.8%)과 비교해 한국의 주택 구입 목적 가계대출 비중은 6.6%포인트 낮았다. 다른 주요국 가운데 스위스가 94.5%로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90.9%) △덴마크(88.2%) △호주(78.8%) △독일(77.0%) △프랑스(73.1%) △미국(66.3%) 등 순이었다.
오히려 한국 가계부채의 뇌관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자영업자 대출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최근 들어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을 상회할 만큼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0.56%에서 올해 2분기 0.94%로 0.38%포인트 늘었다. 반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50%에서 1.56%로 1.06%포인트 급증했다. 2년 새 연체율이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취약 차주 수 비중도 전체 가계대출보다 자영업자 부문에서 빠르게 커졌다. 여기서 취약 차주란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신용이 낮은 차주를 말한다. 올해 1분기 가계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의 각각 취약 차주 수 비중은 6.4%, 12.7%를 나타냈는데 2022년 2분기 대비 증가 폭은 자영업자 부문이 2.0%포인트로 전체 가계대출(0.1%포인트)보다 20배 높았다. 금리 상승과 서비스업 경기 위축,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부진 등이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 능력을 떨어뜨린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이혜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한국 자영업자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을 주요 자금 조달처로 활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재무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며 “한국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선 주택시장 안정과 함께 자영업자 소득 여건·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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