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지난 2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눈에 파묻힌 도심에 강렬한 붉은빛 전광판에 눈길이 뺏긴다. 붉은 리본을 따라가면 크리스마스 성, 금빛 조명의 놀이공원, 크리스마스 마을, 대형 트리가 화려한 연말을 알린다. 넋 놓고 꿈같은 크리스마스 순간을 경험하면 여정을 이끌던 리본이 ‘마법 같은 연말이 매 순간 함께하길(Holiday Magic in Every Moment)’이라는 문구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 순간 뒤로 보이는 눈 덮인 설백(雪白)의 남산은 연말의 낭만과 설렘을 더한다.
농구장 3개 크기인 신세계 스퀘어는 자연스레 행인을 발길을 잡는다. 맞은편 서울중앙우체국에는 퇴근길을 재촉하는 시민, 무거운 짐을 들고 두리번거리던 관광객 등 예외없이 우뚝 서서 휴대폰을 꺼낸다. 사진에 담기 위해서다. 4분여 동안 미디어 파사드를 찍던 진혜정씨(28)는 중국 쑤저우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진씨는 "여행 첫날 숙소에서 나오던 중 아름다운 전광판을 발견했다"며 "앞으로 남은 여정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신세계 스퀘어는 해를 거듭할수록 명동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지난해 100만명이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 1일 공개 열흘 만에 방문객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9%가량 더 많이 찾은 셈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영상이 재생되는 오후 6시는 당일 최대 인파인 4만2000여 명이 몰렸다.
특히 올해는 넷플릭스 독점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 시즌 2’의 새로운 영상을 지난 11일 신세계 단독으로 선보였다. 일회성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K-컬처·글로벌 OTT의 3D아트웍 등 콘텐츠를 다양화한 시도 덕분에 방문객 체류 시간도 50%가량 늘었다. 이는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진다. 신세계 측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국인 고객 매출액은 작년보다 43.5% 늘었다고 전한다.
주변 명동 상권도 덩달아 신난 분위기다.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순간 최대 인파 기준 총 10만여 명이 명동 관광특구 일대를 방문했다. 꽈배기 장사 1년 경력인 박모씨는 "자영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리다. 사람이 붐비고 오래 머무는 좋은 목에 들어가야 유리하다"며 "이렇게 꾸준히 관광객을 유입하는 요인을 마련하는 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중구는 신세계 스퀘어에 멈추는 발길을 놓치지 않고 주변 상권과 시너지 효과를 노려 '명동스퀘어'를 계획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처럼 명동과 을지로 일대를 아예 미디어 광고물이 모이는 콘텐츠 성지로 삼겠다는 포부다. 명동 일대는 지난해 말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구는 명동스퀘어에 10년 동안 1700억원을 투자해 조성을 완료하면 연 500억원 정도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명동스퀘어 광고 수익 일부를 공공기여금으로 조성해 명동 지역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환경, 질서유지 비용 등을 명동스퀘어 자체적으로 충당하게 하려는 취지다.
신세계백화점 주변은 미디어 파사드뿐 아니라 격식 있는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 유입이 많은 롯데백화점과 명동길 초입 일대는 쇼핑, 먹거리, 관광 인프라가 한데 모여 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광장으로 조성된다.
강태은 명동상인회 회장은 "명동 구석구석에 사업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명동에 즐길 거리가 늘고 코스 등을 개발해 구석구석을 투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명동 근처에서 2년 5개월째 영업 중인 상인 백모씨는 "신세계 스퀘어가 유명해지면서 연말, 크리스마스 때 사람이 몰린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보다 크게 광장을 만든다고 하니 아무래도 기대는 된다"고 했다. 다만 "연말 등 일시적 행사 기간 외에 뚜렷한 인구 유입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단발성 행사보다는 지역 전체 브랜딩이 제대로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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