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고강도 쇄신에 나선 것은 그룹 존폐가 걸릴 정도로 위기라는 업계의 평가 속에 이를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28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 발표에 이어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 개최하면서 경영 체질 개선 계획을 밝혔다.
◆계열사 CEO 3분의 1 ‘집으로’···사업 포트폴리오 대조정
먼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역대 최대 규모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분의 1 이상을 교체했고, 임원도 20%를 퇴임시켰다. 최근 유통·화학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설’로 그룹 안팎에 불안감이 고조되자 신 회장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경영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 및 성과 창출 △내부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경영 효율성 강화 등을 방향으로 잡았다.
그 결과 롯데그룹 전반에 걸쳐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또한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해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한다.
유동성 위기의 중심에 서 있는 화학 사업에서는 약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하며 이 가운데 60대 이상 임원 중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일선에서 용퇴한다.
롯데 화학군에서는 총 13명인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LC USA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된다.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부사장은 호텔롯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롯데그룹사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온 경영 전문가다.
호텔롯데는 본격적인 경영체질 개선에 나서 법인 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전부 물러난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로,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반면 조직 안정성을 다지기 위해 부회장단 인사는 유임 기조를 유지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를 비롯해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부회장)과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부회장)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그룹 3세인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한 신 부사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7조6000억원 토지자산 재평가···유동성 우려 불식 총력
이날 오후 IR에서는 롯데쇼핑이 7조6000억원 규모인 보유 토지 자산에 대한 재평가에 나섰다.
재평가가 이뤄지면 15년간 폭등한 부동산 가격이 반영되면서 보유 토지 자산 가치가 대폭 늘어나 롯데의 재무 여건과 유동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설명회에는 롯데지주 주최로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해 각사 재무 상태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도를 보강하기 위해 국내 최고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 그룹의 핵심 자산이자 현재 6조원 이상 가치가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걸면서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21일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특약을 준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기준 롯데케미칼 유동성이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총 4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룹 총자산은 139조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은 점포 효율화를 위해 부산 센텀시티점을 비롯해 실적이 부진한 점포의 매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자산의 실질 가치 반영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자산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업에 속도감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연말 정기적으로 단행해온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한다”며 “성과 기반 적시·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를 통해 경영 환경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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