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트럼프 리스크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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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입력 2024-11-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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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였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지향하는 대외정책 방향으로 전 세계가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바이든 정부의 국내외 정책 상당수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자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향후 경제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기반으로 하여 미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트럼프 1기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제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면서 미·중 패권경쟁에 집중할 것이다. 이에 세계무역과 국제안보 상황이 바이든 정부와 달리 상당히 변화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오는 1월에 출범하면 국제질서 재편에 나설 것이며,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리스크 문제가 본격적으로 국제사회를 뒤덮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어 중동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전개되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을 끝내는데 주목할 것이다. 지난 11월 27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이 이루어졌다. 중동지역에서 청신호이다. 그러나 아직 가자전쟁 문제를 해결해야 과제가 남아 있다. 트럼프의 1순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마무리이다. 그 이유는 트럼프가 고립주의를 선호하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힘을 쏟을 경우,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다자주의를 선호하여 동맹국과의 연대감을 중요시하였다. 중국의 반도체기술 굴기를 봉쇄하기 위해 한·일·대만 등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을 추진하였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나토국가 등 우방국들과 힘을 합해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 우선을 내세워 동맹국들에도 10~20%의 고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나토 회원국들과 한국·일본에 요구하고 있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역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주장해 왔으며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을 믿고 미국에 투자해온 한국 전기차·반도체·배터리 기업들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한국기업들에 불리한 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트럼프 당선자는 11월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년 정부 출범 시 멕시코와 캐나다의 대미 수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강조하였다. 이는 트럼프가 지난 2018년 미국·캐나다·멕시코 간에 체결한 USMCA 무역협정을 뒤집어 고관세 폭탄을 투척하겠다는 것이며 우방국들에 대한 보호무역 정책 추진의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되었다.
 
트럼프는 미 대선과정에서 푸틴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종식하겠다”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최근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에 유리한 휴전조건을 제시하였다. 만일 트럼프가 집권한 후 이를 토대로 전쟁을 끝낼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거한 공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으나 이웃 국가를 침공한 러시아의 판정승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 까닭은 러시아가 필요할 경우 또다시 다른 국가를 공격하여 영토를 빼앗을 여지가 남아 있으며, 북한도 러시아 파병을 통해 전쟁에 개입하고 있어 향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서방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타격하자, 러시아 푸틴도 우크라이나를 향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여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최대 관심거리이다. 미 대선에서 공화당· 민주당 정강에 북한 비핵화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10월 30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란 표현이 없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개최된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을 최고의 성과로 자찬해왔으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자랑해왔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었다”라는 트럼프 1기 정부 고위관리들의 증언도 있다. 향후 톱다운(top town) 방식의 미북정상회담이 또다시 개최되어 북한 김정은에 유리한 방향으로 북핵 협상이 전개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를 주도했던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차기 정부 각료 인선에서 “아버지 트럼프보다 잘 안다고 인식하는 사람을 배제하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실제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외교·안보를 담당할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 등 중요직책에 트럼프 충성파 일색으로 지명하였다. 다소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였다. 트럼프 1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에 경험 많은 장군과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기용하여 트럼프에 조언할 수 있었으나,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트럼프의 독주에 제동을 걸 참모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점이 상당히 우려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1월 21일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추를 내리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라고 역설하였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 것이며 트럼프 2기 정부와 핵 군축 협상의 속셈을 들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면서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킬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첫째, 트럼프는 친구 관계를 중요시한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간의 친분 정상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치는 등 개인적 친분을 두텁게 하여 미일 동맹관계를 강화하였다. 윤 대통령도 트럼프와 잦은 골프 외교를 통해 소통의 폭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가 즐겨 하는 주고받는 협상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트럼프는 윤 대통령에 조선업 협력을 요구하였으며 한국이 경제적으로 잘 살기에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쿼드(Quad) 가입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쿼드 가입, 조선업 협력관계 구축 등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한국 안보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 위협은 물론이고 북·러 군사동맹 관계가 한반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에 주한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핵잠수함기술 이전 등을 관철해야 한다.
 
셋째, 미북정상회담 가능성과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놓고 윤 대통령은 트럼프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트럼프 2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압박에 무게를 쏟도록 한·미 간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만남 자리에서 ‘김정은과 빅딜을 추진하는 것보다 한국과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MAGA 정신에 부합되며 훨씬 매력적’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이에 대한 논리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넷째, 한미일 정상은 지난 11월 15일 페루 리마에서 삼각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3국 사무국을 만들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트럼프 2기에서도 북핵 대응과 동북아지역 평화를 위해 삼국 간 협력관계를 유지토록 하려는 조치이다. 트럼프 정부 2기가 출범한 후에도 이 체제는 지속할 것이다. 미국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차기 미 정부와 함께 북한의 핵 위협과 북·러 군사동맹 견제에 활용해야 한다.
 
다섯째, 윤 정부는 차기 트럼프 정부에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트럼프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된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우리 기업들에 대한 불이익을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대학 경영학 박사 △국정원 국제분석관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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