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덮친 고유가] 3월 소비자물가 급등 우려…회복 중인 소비에 찬물

  • 유가 10% 오르면 물가 0.2%p 상승…인플레 재확산 부담

  • 추경 편성 공식화…정부, 물가·경기 대응 딜레마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두고 10일 서울 시내 휘발유 1800원 초반대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두고 10일 서울 시내 휘발유 1800원 초반대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국제유가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단순한 기름값 인상을 넘어 소비자물가 전반을 자극하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가데이터처는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포함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다음 달 2일 발표한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안정세 덕에 올해 2월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해왔다. 다만 지난달 말 국제유가가 급등한 만큼 그 영향이 반영될 경우 물가 상승폭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06.43원으로 집계됐다. 전일보다 0.52원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9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달 28일 서울 휘발유 가격이 1749.65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크게 오른 수준이다.

국내 기름값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적 비상 상황을 틈탄 과도한 가격 인상은 사실상 범죄 행위”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일부 상승세가 억제된 모습이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량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시간으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조기 종식을 언급하면서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이 항전 의지를 밝히는 등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유가 상승은 결국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석유류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 458개 가운데 휘발유와 경유 등 6개 석유류 품목의 가중치는 46.6으로 농산물(38.4), 채소류(14.3), 수산물(10.8) 등 주요 먹거리 품목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약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직후인 2022년 3월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127.86달러, 브렌트유는 127.9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3.70달러까지 치솟으며 에너지 가격 전반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3월 4.2%로 4%대에 진입한 뒤 5월 5.3%, 6월 6.0%, 7월 6.3%까지 상승했다. 이후에도 2023년 1월까지 9개월 연속 5%대를 기록하며 고물가 흐름이 이어졌다. 2022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물가 충격은 내수에 직격탄이 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1.4% 감소해 2003년 카드대란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과 고금리 여파가 겹치면서 실질 소비 증가세가 둔화됐고 외식·유통 등 내수 업종의 경영 부담도 크게 늘었다.

중동 사태로 경기와 물가 모두에 위험 신호가 켜지면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공식화한 상태다. 다만 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확대할 경우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운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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