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채한도 뺀 '임시 예산안' 서명…트럼프 요구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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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4-12-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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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정부 셧다운 위기 넘겨…트럼프 공화당 장악력 시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21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시한을 넘긴 상태에서 부채한도 문제를 뺀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곧바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부채한도 폐지 요구로 고조됐던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를 넘겼다. 하원에서 공화당이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도 트럼프의 요구를 반영한 임시 예산안이 부결되면서 그의 당 장악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바이든이 이날 오전 임시 예산안 법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상원은 같은 날 0시 40분쯤 찬성 85표, 반대 11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전날까지였던 예산안 처리 시한이 약 40분 지났지만 미 정부는 셧다운 절차를 발동하지 않았다. 표결에 앞서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의회가 관련 예산을 곧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이날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연방관리예산국은 셧다운 준비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에는 △내년 3월 14일까지 현 수준의 정부 예산 편성 △1000억 달러(약 145조원) 규모의 재난 구호 예산 △100억 달러 규모의 농민 지원 예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트럼프가 요구한 부채한도 폐지 관련 내용은 제외됐다. 대신 공화당은 자체적으로 내년에 부채한도를 1조5000억 달러 높이는 대신 향후 정부 지출은 2조5000억 달러 순삭감하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예산에는 당초 여야 합의안에 들어갔던 대(對)중국 투자 제한과 같은 조항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8일 미국 여야는 내년 3월까지 현재 수준의 예산을 집행하는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스꽝스러운 부채한도를 아예 폐지하든지 2029년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여야 합의안에 찬성할 경우 사실상 의회에서 퇴출시킬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공화당은 임시 예산안 합의를 번복했다. 이후 공화당은 하원에서 부채한도 2년 유예 등이 포함된 새 예산안을 전날 밤 표결에 부쳤으나 38명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은 이견을 보였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백악관 입법업무 책임자였던 마크 쇼트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이 법안에 투표하지 말라. 과도한 지출이다. 그렇지만 부채한도를 없애서 내가 더 많이 지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적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WP는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은 하원에서 공화당이 근소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공화당 내 정부 지출에 대한 이념 분열이 여전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짚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주의 정치적 드라마는 트럼프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일이 전통적으로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기를 꺼렸던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며, 트럼프와 일부 공화당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화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가 부채한도를 폐지해 자유로운 지출 의지를 드러내는 반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부채를 재앙으로 간주하며 지출을 강력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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