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학회는 최근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의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데 실무안은 91명의 전문가가 총 87회의 집중적 회의를 거쳐 확정한 것"이라며 "(산업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전기본이 더 이상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적 흥정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최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았던 신규 원전 4기 건설 계획 중 1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차 전기본 확정을 위해서는 국회 보고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데 야당의 반대로 보고 일정이 기약 없이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전기본을 조속히 확정해 불확실성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정부와 야당은 오는 14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산업부가 마련한 전기본 조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다음주 열리는 산자위 정책 조정회의에서 조정안을 검토한 후 여야가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계획이 현실화하면 2038년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종전 35.6%에서 35.1%로 줄어들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29.1%에서 29.2%로 늘어나게 된다.
원자력학회는 △과학적 근거 미비 △늘어나는 미래 전력수요에 대응 약화 우려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등 이유를 들며 신규 원전 규모 축소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세계 각국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앞다퉈 원자력 이용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이 같은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자해행위'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 전기요금 인상으로 산업경쟁력과 국민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도 주장했다. 원전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전력 계통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늘린 후 매년 '녹색 정전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겨울마다 난방 수요는 늘고 있지만 바람도 불지 않고 낮이 짧은데 구름이 가득한 날이 지속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기복 원자력학회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은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만큼 값싸게 안정적으로 친환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이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원전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우리 미래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전력 공급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고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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