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분수령] 작년 4분기 외화환산손실만 수천억원…은행 건전성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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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5-01-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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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기업銀, 각 1000억원 이상 손실 추정

  •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기업 유동성 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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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지난 분기에만 135원 급등하면서 은행에 수천억원의 직간접적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달러 흐름이 금융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추가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의 지난해 4분기 외화환산손실은 각 1080억~1215억원가량으로 예상된다. 두 은행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80억~9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차손은 일회성이지만 은행의 비이자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계속된 강달러 기조로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3864억원의 외환거래손실을 입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은행들은 외화 조달 비용이 올라가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화자산 대비 외화부채 비율이 적은 은행의 경우 환차손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급격한 환율 상승에 따른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력이나 유동성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상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1~3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환율이 130원 이상 오른 지난 분기에는 CET1이 최대 39bp 하락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평균 CET1이 25~30bp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비율이 낮아지면 배당이 줄어들어 주주환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은행 유동성 지표 중 하나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외환파생상품 관련 증거금 납부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대 은행의 외화 LCR은 평균 160%대로 기준치(80%)를 크게 웃돌고 있지만 환율이 상승하면 비율이 일시에 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기업의 유동성 공급도 금융권에서 우려하는 요인이다. 고환율 상황에서 중소기업 등의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기업의 자금 유동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은행에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외화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자금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수입신용장 대금 결제일 특별연장과 연장기준 완화 등도 시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환율 방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6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될 경우, 환율이 단숨에 1500원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과 기업의 외환 자금 상황이 아직은 안정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외환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안 요인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은행별로 올해 외화조달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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