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상·하한액 격차 455배…900만8340원 vs 1만9780원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 최고액과 최저액 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쪽이 다른 쪽보다 지나치게 보험료를 많이 부담한다는 뜻이며 '적정 부담'이라는 원리에 어긋나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건강보험 당국에 따르면 올해 한 해 적용되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수월액(월급) 보험료 상한액은 900만8340원이다. 지난해 월 848만1420원에서 6.2%(월 52만6920원) 올랐다. 보수월액 보험료는 회사에서 받는 월급에 매기는 건보료로 직장가입자는 회사와 절반씩 부담한다.

이에 비해 하한액은 월 1만9780원으로 2023년 이후 3년째 동결됐다.

올해 상·하한액 차이는 무려 455배에 달하는데 2017년 278.9배, 2019년 353.7배, 2020년 357.2배, 2021년 368.2배 등으로 매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상한액은 보험료가 부과되는 연도의 '지지난해' 직장인 평균 보험료의 30배로 연동해서 매년 조정되지만 하한액은 그대로 유지하는 등 건보당국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강보험 가입자를 10분위 소득수준별로 세분화해서 들여다보면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보다 납부한 건강보험료와 비교해 요양급여 혜택을 훨씬 많이 받는다.

건강보험공단 '가입자격 및 소득분위별 보험료 부과 대비 급여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3년 기준으로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1025억원을 내고 무려 4조1910억원에 이르는 보험급여를 받았다. 낸 보험료 대비해서 40.9배에 달하는 급여 혜택을 누린 셈이다. 

반면 고소득 직장가입자는 납부한 보험료보다 적게 급여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부담이 한쪽으로 쏠리면 보험료를 내는 사람과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간 괴리가 심해지면서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우리나라 최저보험료가 과하게 낮아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보험료를 과중하게 부담하는 사람과 의료서비스를 과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혼재한 상황을 개선하려면 보험료 상한은 낮추고 하한은 올려 보험료 부담에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