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요 투자 주체로 성장했던 사모펀드(PEF)가 최근 ‘미운오리’ 취급을 받으면서 금융감독원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고려아연 등 공개매수를 통한 PEF의 경영권 인수합병(M&A) 이후 상장폐지가 증가하면서 재계와 소수 주주가 불만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PEF 업계는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PEF는 같은 방향"이라며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상장폐지후 재상장이 자본시장에 훨씬 이롭다"고 주장한다.
15일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개매수 혹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 M&A를 활용한 자발적 상장폐지(스퀴즈 아웃)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9~2024년 9월까지 있던 51건의 공개매수와 131건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 중 2022년 이후 기준 각각 20건(39.2%), 33건(25.2%)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 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소수주주의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감독국도 PEF의 산업 지배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이다.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최근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가 크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상장폐지 목적 공개매수는 36건이 있었다. 금감원 분석결과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순자산에 미달한 경우가 36%였고 공개매수 이후에 거액배당(이전과 비교해 평균 24.5배)을 실시한 경우도 42%를 기록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개매수는 지배권 이전이나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매수가 있을 때 소수주주에게 보유주식의 매도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기 위한 만든 제도”라며 “매수자가 준수해야 하는 절차만 규정할 뿐 소수주주에 대한 별도의 보호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공개매수의 경우 지배권 획득을 위해 공개매수가격을 높게 책정하지만, 상폐 목적의 공매수에서는 지배주주는 공개매수가격을 낮추려 하고, 대상 회사의 이사회 역시 지배주주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이 없다.
잠재적 제3자 매수자와의 경쟁도 없어 공개매수 가격이 공정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MBK 갈등으로 PEF가 국내 자본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다시 살펴보려 하고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PEF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자본시장법 규정상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은 단일 주주가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자진 상폐할 수 있다.
PEF 업계는 오히려 스퀴즈 아웃 제도가 해외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 오히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당 관계자는 “국내 상폐 기준이 해외보다 훨씬 높다”면서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가 절차를 지켰다면 어디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며 "시장 논리로 보면 나머지 5%는 기존에 제시한 가격보다 더 큰 프리미엄을 지불하라는 상업주의 논리일뿐으로 95%가 동의한 가격에 매수하는데 소액주주의 피해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PEF업계는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는 기업의 펀더멘탈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이후 재상장 하는 것이 자본시장에 더 이롭다고 진단한다. 해당 과정은 최소 3년에서 8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린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이 적은 지분으로 회사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더 심각하다”면서 “상장 상태에서 사업 재편을 할 경우 주가 하락, 소액 주주 불만 등 여러 비용과 문제가 발생해 상폐는 이를 최소화하고 재상장 후 매각해 회사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PEF 운용역들은 단순 주가 부양보다 기업의 펀더멘탈을 제고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한다”면서 “PEF 펀드에 투자하는 주체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공제회로 결국 국민 전체가 이익을 볼 수 있어 밸류업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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