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본격 출범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경제·외교 등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질서를 뒤흔들 ‘초강력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습으로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강화된 ‘트럼피즘 2.0’으로 인한 이중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피해가 예상된다. 20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발 보편 관세와 인플레이션방지법(IRA) 폐지 등으로 배터리 수출이 6.1~25.2%, 자동차는 5.9~13.6%, 반도체는 4.7~8.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로 국내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생산에도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 수입품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선 “관세로 인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단 판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곧 중국 압박과 연결되는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해 온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각각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와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를 받기로 했으나 트럼프 정부가 지원 규모를 줄이거나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 있어서다. 만약 보조금이 축소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건비와 건설비가 비싼 미국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배터리·소재 업계도 불확실성에 살얼음판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배터리 소재에 대해서도 관세를 물리면 소재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타격이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관세에 따른 영향이 배터리 소재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인상되면서 업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전기차 축소에 대응해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역시 미국의 탄소세 도입 시 사정권에 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총 1278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자동차는 전체 대미 수출에서 26.8%를 담당했다.
자동차는 작년 한국의 전체 대미 흑자 가운데 약 60%를 차지하며 한국에는 '수출 효자' 노릇을 했지만 반대로 미국에는 관리가 필요한 ‘대형 적자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파리 기후협약 탈퇴와 화석연료 산업 진흥을 예고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고려하지 않는 트럼프 당선자지만 탄소세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도입을 예고한 보편관세와 함께 탄소세를 가중 부과해 내연기관차는 물론 친환경차 수입을 줄이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으로 보조금을 거둬들이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IRA 세액공제가 사라진다면 현대차는 생산라인을 변경하고 전기차 시장 공략에 불확실성이 생긴 만큼 장기적인 북미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다만 조선·방산과 석유화학 등 부문은 트럼프 체제에서 대표적 수혜 산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해양 패권 경쟁에 나서야 하는 미국으로선 동맹국인 한국 조선업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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