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또 다시 사상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이들이 일본에서 쓴 소비액도 처음으로 8조엔(약 74조2400억원)을 돌파했다. 금액만으로 보면 일본의 의류 산업에 상응하는 규모인데다, 방일 관광객 소비액이 통계상 ‘수출’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뒤를 잇는 수출액 규모다.
16일 일본정부관광국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방일 관광객은 전년 보다 47.1% 늘어난 3685만9900명으로 사상 최고였다. 이들이 일본에서 쓴 소비액도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53.4% 증가한 8조1395억엔(약 7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첫 ‘8조엔’대 진입의 효과는 일본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한해 관광객수와 소비액 모두 최고치를 경신하자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경제에 있어 방일객 소비의 존재감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호텔 등 숙박 및 소매, 음식업 등 많은 업종들이 방일객 소비의 수혜를 입는 중”이라고 전했다.
호텔 등 숙박 시설도 수익이 확대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8개 비즈니스 호텔의 2024년 7~9월 객실 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13% 오른 1만3088엔(약 12만원)이었다. 숙박료가 올라도 방일객 수는 여전히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국가별로 보면 한국이 881만780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중국이 698만1200명, 3위는 대만이 604만44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소비액만으로 보면 중국이 1조7335억엔(약 16조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2위는 대만, 3위가 한국이었다.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2만7000엔(약 211만원)으로 집계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관광 관련 소비액 8조1000억엔을 산업으로 보면 일본 내 의류 산업 시장 규모와 맞먹는 금액”이라고 소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에 이은 규모”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2024년 1~11월 무역통계에서 주요 품목의 수출액을 연율로 환산한 것과 비교하면 방일객 지출은 자동차 17조7000억엔(약 165조원)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6조1000억엔(약 57조원)의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액은 이미 앞섰다.
이와 관련해 일본종합연구소 고토 슌페이 연구원은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 등으로 수출 산업들이 고전 중인 가운데 방일객의 경제 효과는 일본 경제를 선도하는 성장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일 관광객 소비액이 늘어난 배경에는 엔저 영향도 있다. 지난해 연간 달러당 엔화값 평균은 151엔이었다. 2023년의 140엔, 코로나 전인 2019년의 108엔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기세를 몰아 2030년에는 방일객 6000만명, 소비액 15조엔(약 140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올해 방일객은 4000만명대가 될 것으로 추정 중이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방일객의 소비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석들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과 지역사회와의 공존 문제가 점점 중시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또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도쿄와 오사카 경우 호텔 등 숙박시설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항에선 지상업무를 중심으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즈호리서치 앤드 테크놀로지의 사카나카 야요이 주임연구원은 “항공편이나 숙박 시설에서 직원이 모자라는 등 급격히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2030년 방일객 수는 4381만명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