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20일 이례적으로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기존 예상치 1.9%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선제적 경고다.
이날 한은이 내놓은 수치는 국제금융센터가 취합한 지난달 말 기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1.70%)보다 더 낮다. 정국 불안 지속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에 따른 경기 악화를 반영해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JP모건은 1.3%, 씨티는 1.5%까지 낮춰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이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 등 혼란이 잦아들 기미가 없자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지난 15일 "계엄은 단기에 그쳤지만 경제 활동 교란 장기화, 소비·기업 심리 악화는 신용등급에 부정적(negative)"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 정책 추진은 우리나라 성장률과 국가 신인도를 더 추락시킬 공산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어젠다인 관세 전쟁,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이민·추방 강행 등은 한국 경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다.
세계은행(WB)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부과로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경우 글로벌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국의 보복 조치가 없다고 가정해도 0.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치고 대미 무역흑자국 7위로 올라서며 고율 관세 타깃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중간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당초 한은은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크게 강화한다고 가정해 경제를 전망했다"며 "실제 (트럼프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따라 우리 경제가 받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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