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80년 만에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의 무리한 관세 정책 강행으로 인한 경제적 우려가 고조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ABC뉴스·입소스가 25일 발표한 여론조사(미국 전역 유권자 2464명 대상 18~22일 시행, 오차범위 ±2%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 비율은 지난 2월보다 6%포인트나 감소한 39%를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1기 집권 100일 지지율(42%)보다 낮은 수준이며 1945년 여론조사 개시 이후 80년 만에 최악의 집권 100일 지지율이라고 ABC는 전했다.
반면 부정 평가 비율은 55%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 중 무려 72%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단기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경제 분야에서 부정 평가가 컸다. ABC는 "경제 회복을 약속했던 트럼프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아마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정도일 것"이라고 평했다.
또한 뉴욕타임스·시에나대학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미국 전역 유권자 913명 대상 21~24일 시행, 오차범위 ±3.8%포인트)에서도 지금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해 응답자 중 66%가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무섭다"고 평가한 응답자도 59%에 달했다. 이 여론조사에서도 경제 상황에 대해 "악화됐다"는 응답자가 50%로 "개선됐다"는 응답자(21%)를 크게 웃돌았다. 아울러 외교, 이민 등 다른 영역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종합적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42%, 부정 평가는 54%에 달했다.
공화당 강세 지역인 켄터키주 주민 매슈 우드 씨(41)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아직 나 개인적으로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큰 나라들이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이게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작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 실망해 유권자 등록 소속을 '공화당'에서 '무소속'으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관세 공방을 이어오던 중국과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논의를 두고도 중국 측과 서로 다른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사지 타임과 인터뷰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중국과 미국은 관세 관련 협의나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혼란을 야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중국 간 상반된 발언은 글로벌 무역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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