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공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는 정책에서 취약한 대상의 소유 공간 크기와 사용 혜택에서 발생한 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해왔다.
어린이는 역사·문화·물리적으로 정책에서 소외된 주변에 머물러 왔다. 이에 도시에서 어린이를 위한 공간 우선 확보 정책은 미래 사회의 방향성과 가치를 담은 어려운 결정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어린이가 고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존재라는 편견이 자리한다. 그러나 어린이는 창조할 가능성을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존재다. 이를 위해 국가나 사회는 어린이가 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진짜 공간을 더 조성해야 한다.
어린이 공간을 구성할 때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공간의 적절성에 대한 요건이다.
어린이는 성인과 사물 인식이나 사고하는 방식, 움직임, 언어나 정서 표현 등 모든 측면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어린이의 주도성과 독립성, 다양한 생각과 독특한 표출 방법, 상상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허용하는 분위기에서 요구를 적절히 지원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어린이의 자기 주도적 몰입과 즐거움의 지속은 놀이 중심으로 기능하는 공간일 때 극대화된다. 책상이 쭉 놓여진 공간은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 성인의 말을 따르며 조용히 있기를 요구한다. 책상 위의 퍼즐은 목적 지향적 행위를 유도한다. 반대로 스스로 나타내는 호기심을 귀히 여기고 자유로운 선택을 허용하며 흥미에 따라 반복 시도해 보도록 기다려 주는 장소는 주도적 몰입이 자연스레 나타난다.
이런 공간은 세련된 건물 외향이나 독특한 프로그램명을 내세우지 않는다. 어린이에게 적절한 주요 핵심 가치를 공간의 목적과 기능, 운영 접근 방식에 담고 그 가치가 제대로 기능하는가에 중점을 둔다.
어린이의 연령별 행태나 일상을 이해하고 놀이 흐름을 깨지 않도록 고민하는 공간 설계자, 잠재력을 최적으로 끌어내는 관심 주제를 아는 내용 전문가, 재료 발굴자, 놀이 중심 접근법 실현의 디테일을 아는 놀이 전문가가 모여 협력할 때, 그 공간은 어린이가 좋아하며 계속 찾는 장소가 될 것이다.
둘째는 어린이 공간의 개방성과 융통성을 공공 공간에서 실현하고 있는가다.
공공장소에서 흔히 보이는 정리정돈과 깔끔함, 조용함, 완벽한 안전 유지 등에 대한 생각을 재고해야 한다.
어린이는 깨끗하게 다져진 포장도로 위를 걷기보다 물웅덩이를 밟을 때 호기심과 즐거움을 느낀다. 성인은 잔소리하기 보단, 흙탕물 묻은 옷을 한 번 더 빨아주는 지원자 역할로 변화하면 된다. 놀이 중심 어린이 공간은 어른 중심의 관리형 잔소리 공간에 비해 바쁘게 돌아간다. 운영비나 인력도 더 필요하다.
개방적인 공간은 또다시 몰두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를 자극해 놀이성을 길러준다. 수많은 놀이 연구에서 놀이성이 높은 아이들은 상상력과 창의성이 높고, 회복 탄력성과 타인 배려, 자기조절능력이 뛰어나다. 신체활동성이 높아 중강도 움직임을 좋아하고 협력도나 친사회성 능력도 우수하다. 우리가 앞으로 길러내고 싶은 인재상이다.
미래세대의 새로운 사회변화를 이끌어 갈 놀이 중심의 아동기 경험과 기회는 이를 위한 공적 공간의 확대 정책과 연결돼 국가는 물론 지자체에서 힘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어린이가 있는 개방적 공간, 융통적 분위기는 위험감수적 행위가 보이는 생기있는 장소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진짜 어린이 공간이 많이 세워지고, 어린이의 놀이를 믿고 바라보며 지원하는 성인이 대다수인 사회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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