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발작으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 동남권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희망의 불빛이 켜졌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난치성 뇌전증 수술팀이 최첨단 의료 기술을 활용해 동남권 최초로 정밀 뇌전증 수술에 성공했다.
해운대백병원 신경과 김성은 교수와 신경외과 김해유 교수로 구성된 수술팀은 최근 로봇 시스템 ‘카이메로(Kymaro)’를 이용한 ‘입체뇌파전극삽입술(SEEG)’로 난치성 뇌전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입체뇌파전극삽입술’은 뇌전증 발작의 원인이 되는 병소를 정밀하게 탐지해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첨단 의료 기술이다. 기존 방식은 두개골을 열고 전극을 삽입하는 수술로, 환자들에게 큰 심리적·신체적 부담을 안겼다. 그러나 로봇 시스템 ‘카이메로’를 활용한 이번 기술은 수술 시간을 5~10분으로 단축시키고, 부작용과 통증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 수술이 고도의 기술력과 경험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해당 기술을 도입한 병원은 수도권에 위치한 단 3곳뿐이며,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전문의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연간 수술 건수는 100건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운대백병원이 동남권 최초로 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항경련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뇌종양, 뇌혈관 기형 등으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이제는 수도권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최첨단 의료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는 지역 내 뇌전증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해유 교수는 “이번 수술 성공은 동남권 뇌전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역 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환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운대백병원은 국내 주요 뇌전증 전문 병원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첨단 의료 로봇 기술을 활용한 치료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남권 의료 허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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