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어느 국토부 공무원의 하소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슬기 기자
입력 2025-01-29 09: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슬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김슬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제 주머니 속에 돈이 있으면 꺼내서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한 공무원은 '건설업계 불황이 언제쯤 나아질 것 같냐'고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짙어지는 불황의 그림자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많아지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연초부터 중견·중소 건설사의 법정관리 소식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63빌딩'을 지은 신동아건설이 지난 6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경남 지역 시공능력평가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상황에 윤석열 정부 탄핵 국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같은 불안정한 대내외 경제 상황까지 겹치면서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황이다. 

폐업하는 건설사와 부도가 나는 건설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폐업을 신고한 종합·전문 건설업체수는 지난해 12월 2666곳에 달했다. 전년 같은 달보다 23.44%, 11.45% 증가한 수치다.

민간 건설수주도 줄고 있다. 한국거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5년 1월 건설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1월 건설수주는 22조원으로 전월 대비 28.1% 증가했지만, 민간건설 수주실적은 예년보다 1조1000억원 정도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건설물가는 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건설관련 물가는 전월보다 상승했다. 생산자물가(1.0→1.4%)와 공사비지수(3.0→3.9%), 건설기성 디플레이터(2.2→2.5%) 모두 지난 10월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국내 공급물가지수 자료 분석 결과 중간재건설용(수입) 물가(-0.2→6.0%)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주요 건설사 실적도 부진하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 18조6550억원, 영업이익 1조1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4%, 3.2%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다. 다음달 초 실적 발표가 예정된 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등도 예년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니, 주무부처 공무원의 하소연도 이해가 간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비(非)아파트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확대, 정비사업 규제 개선 등 지난해 3월과 8월, 10월 수차례에 걸쳐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안타까운 점은 정책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공공 공사비 현실화가 특히 그렇다. 당장 공공기관과의 공사비 분쟁을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많고, 이미 착공한 현장에 대해선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는 곳이 있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현장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다.

각종 연구기관에서 올해도 건설업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길어지는 건설경기 불황이 더 나아가 국내 경기 불황을 심화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정부가 주머니 속 돈이 아닌, 주머니 속 송곳을 꺼내 건설업의 막힌 곳을 뚫어줄 날이 오길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