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중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이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당내 인사 등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멈췄던 장동혁 대표의 '징계 정치'는 재개하는 모양새다.
윤리위는 지난 22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6·3 지방선거 전후 접수된 징계안 60여 건을 심의하고 징계 기준을 설정했다. 윤리위는 "당대표 또는 당에 대한 단순 비판 발언은 징계 대상이 아니다"며 "지나치게 의도성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당대표 또는 당의 정상적인 운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로 판단되면 예외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 대표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지속적으로 쏟아낸 반(反)장동혁 의원 등을 중심으로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곧 취임 1주년을 맞는 장 대표는 징계 정치뿐만 아니라 '장외 정치'도 반복하고 있다. 취임 한 달 만에 "야당 탄압"을 앞세우며 장외 투쟁에 나선 장 대표는 전국 순회 집회에 이어 청와대 도보 행진을 진행했다.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에는 당대표 책임론이 제기되자 서울 올림픽공원을 찾아 "부정선거 재선거"를 주장했다. 겉으로는 정부·여당의 독주에 맞서 싸운다는 명분이지만 계파 갈등으로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고 사퇴 요구가 커지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국회 원 구성을 포기하고 국회 활동에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원내지도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해 상임위를 가동할 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하며 '반쪽 국회'가 됐다.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할 야당이 3주 가까이 국회를 방치하면서 사실상 야당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민주당 역시 거대 의석수에 기대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은 결코 협치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으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관례를 깬 것이 대표적이다. 한 정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차지할 경우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강행하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막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정치인이 정치를 포기할수록 스스로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정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자꾸 법이나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다 보면 정치인의 역할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야 역시 아무리 치열하게 대립하더라도 정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권력을 위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독주와 정쟁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을 때 비로소 정치가 빛을 발할 것이다.
국회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여야 의원들이 겉으로 치열하게 싸워도 뒤에서는 같이 밥도 먹고 국회 목욕탕에서 인사하며 대화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여야가 서로 만나 대화하는 자리가 사라질수록 불신은 커지고 타협의 여지도 줄어든다. 의회정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름 아닌 목욕탕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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