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서울 신축 아파트에 청약통장을 던지는 사람이 늘면서 청약 당첨 커트라인(하한선)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당첨 가점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전국 민간 분양아파트 당첨 커트라인은 평균 50.9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2020년 48.0점이던 당첨 커트라인은 2021년 47.5점, 2022년 41.0점으로 내려가다 2023년 46.6점으로 대거 올랐고, 지난해엔 50점을 넘어섰다.
당첨 가점 커트라인 평균은 청약홈에 최저 당첨 가점이 명시된 모든 값의 평균이다. 청약 경쟁률이 미달된 때엔 당첨 가점이 산정되지 않는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으로 계산한다. 만점은 84점으로,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부양가족 6명 이상(35점)을 모두 충족해야 가능하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석팀장은 "추첨 물량과 신생아 특별공급·우선공급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중장년층은 청약 기회가 줄자, 고가점 중장년층이 가점제로 몰리면서 당첨 커트라인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첨 커트라인 평균을 끌어올린 건 서울 신축 아파트 경쟁률이 높아져서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순위 일반분양에 몰린 청약통장 150만8001건 중 40%에 해당하는 60만3481건이 서울에 쏠렸다.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3.0대 1로, 2021년 164.1대 1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막대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는 평균을 훌쩍 웃도는 경쟁률을 보였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527.3대 1,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는 402.9대 1,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 자이'는 123.67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울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청약 점수는 최근 10년 이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R114와 리얼하우스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시내 신축 아파트의 청약 가점은 평균 65점에 달했다. 평균 최저 가점은 63점, 최고 점수는 69점으로 역시 10년 내 최고 수준을 보였다.
로또 청약이 몰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신축 아파트 당첨이 가능한 하한선은 평균 72점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3인 가구 만점이 64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3인 이하 가구는 가점제로는 강남에 입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청약 당첨 점수가 높아지면서 만점 통장도 쏟아졌다. 지난해 전국 분양 시장에 나온 84점짜리 만점 청약통장은 총 10개에 달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만점 통장이 몰린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5개가 나온 만점 통장은 2022년 전무했다 2023년 겨우 1개만 시장에 나왔었다.
지난해 만점 통장 포문을 연 곳은 전북 전주시 '에코시티 더샵4차'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다. 이어 래미안 원펜타스에서 만점 통장 3개가 한꺼번에 등장했다. 경기 과천시 '과천디에트르 퍼스티지', 경기 성남시 '산성역 헤리스톤',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서울 강동구 천호동 '비오르' 등에서도 만점 통장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올해 청약 시장은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더 올라가면서 청약 점수도 함께 뛸 전망이다. 신축 아파트 선호도는 여전하지만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인 14만6130가구에 머물기 때문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주거용부동산팀장은 "신축 아파트 희소성으로 올해 청약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에 대한 부담감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양극화도 더욱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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