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25가 2025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 있는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CES 행사는 1967년 6월 뉴욕에서 처음 열린 이래 1978년부터 1994년까지는 매년 두 차례 열렸다. 그러다가 1998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1년에 한 번 개최하기로 한 이후부터는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다.
또 이 행사는 일반적으로 가전업계의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대한 소개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그 영역이 확대되어 최근에는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이동 수단(Mobility) 등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혁신 제품이 소개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45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미국이 1500여 개 기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중국이 1300여 개 기업이, 그리고 세 번째로 대한민국이 10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3개 국가의 참여가 전체 참여 기업의 87%를 차지했다. 나머지 700여 개 기업이 160여 개국에서 참여했으니 미국, 중국, 대한민국의 참여 기업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CES 2025 슬로건은 ‘연결하다(Connect), 해결하다(Solve), 발견하다(Discover), 몰입하다(Dive in)’였다. 즉, 서로 연결해서,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해결 방안을 발견하고, 이에 몰입하자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몰입(Dive in)에 대한 강조가 있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얼마나 일상 현실과 잘 몰입하느냐 여부가 앞으로의 기술 가치의 핵심 방향이라는 것을 제시한 것 같았다.
엔비디아의 ‘물리적인(Physical) AI’에 대한 새로운 구상
1월 6일 개막 전 행사로 엔비디아(NVIDIA) 창립자 겸 대표(CEO)인 젠슨 황(Jensen Huang)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신념이 새로운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사회의 혁신과 사회에 큰 영향력을 가져온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물리적인(Physical) AI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그동안 GPU AI 칩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 AI에서 앞으로는 로봇, 자율주행 차량과 같은 물리적인 AI 시스템 개발에 혁명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줄 세계기반모델(WFM·World Foundation Model) 플랫폼인 ‘엔비디아 코스모스(NVIDIA COSMOS)’도 공개했다. 이 엔비디아 코스모스는 세계기반모델(WFM)을 사용하여 실제 조건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개발자가 가상 환경에서 AI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비용을 크게 점감할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통제된 테스트의 장(場)을 제공하여 앞으로 다양한 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시켜 줄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은 코스모스가 오픈 라이선스를 받았으며 앞으로 GitHub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코스모스가 개방되어 그동안 Lama 3가 산업 AI를 위해 기여해 온 것처럼 로봇공학과 산업 AI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그는 일반 로봇과 ChatGPT의 결합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로봇 분야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엔비디아가 앞으로 에이전트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자율 주행차 등 3가지 로봇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도 공표했다.
결론적으로 엔비디아가 칩 공급 회사에서 앞으로는 로봇 등을 개발하는 물리적인 AI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새로운 구상을 발표한 점에서 놀라운 일이었다고 평가되었다.
CES 2025의 대표적인 주목 분야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미래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었다.
인공지능(AI) 분야는 AI를 산업이나 각종 서비스 등에 활용하여 그 산업이나 서비스의 비용을 줄이거나 생산성을 제고함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함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AI 대전환은 그 속도가 무지하게 빠르며 미래는 이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AI를 적용한 엄청난 혁신적인 제품의 출시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CES는 스타트업들도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기존의 산업 등과 연결(Connect)됨으로써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즉, 앞으로는 AI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AI 기술이 기존 산업 등과 효율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는 컬래버레이션 쇼(Collaboration Show)가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로보틱스(Robotics) 분야는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개발과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치열한 각축 분야이다. 특히 앞으로는 휴머노이드 AI 로봇이 조만간 이 세상을 바꾸어 가고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이미 휴머노이드 AI 로봇을 개발 중이라고 공언하지 않았는가! 조만간 인간에 가까운 휴머노이드 AI 로봇이 탄생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래 모빌리티(Mobility) 분야에서는 중국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앞으로는 자동차에 라지 랭기지 모델(LLM)이 적용되어 자동차는 자율주행으로 운행되고, 사람들은 자동차 안에서 LLM을 통해 여행지의 많은 정보도 얻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도 즐기며, 음악 영화 등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로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그동안에는 반드시 참여했던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가 올해에는 빠졌다는 것이 이슈라면 이슈였다. 또한 이번 CES에서는 미래에는 자동차가 움직이는 집(House) 자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제품이 선을 보였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분야에서도 미래 바이오산업의 발전 방향을 예측할 수가 있었다. 앞으로는 혈당, 피로도, 콜레스테롤 등을 아주 편하게 측정하여 관리할 수 있는 시대로 진전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가 있었다. 이는 특히 인간 자체에 관련된 기술과 연관되어 앞으로는 엄청난 발전이 예상되고, 그 연관 산업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가 있었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혁신이 돋보였다.
이번 CES 2025에서 대한민국은 대기업, 벤처기업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대학, 연구소, 공공기관 등에서 1000여 개나 되는 많이 기업들이 참여했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으로 복잡한 상황에서도 라스베이거스 전시장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전시장 곳곳을 빛내고 있었다.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 CES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슴 뿌듯했다. 오히려 밖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이 국내에서 바라본 대한민국보다 훨씬 위대했다.
삼성이 공개한 AI 비전 컴패니언이나 LG에서 선보인 평면에서 휘어졌다가 다시 평면으로 전환되는 스크린과 투명 스크린은 단연 돋보였다.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도 여기저기서 전시장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은 CES 2025에서 K-스타트업 통합관을 개관했다. 올해 통합관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스타트업 127개사가 참여했다. 이 밖에도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대학, 대기업 등 국내 스타트업 지원기관 30개도 참여했다.
세계 스타트업들의 전용관인 유레카관에 자리 잡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벤처기업인은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전시관을 돌아보면서 전시 기술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수고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으나 너무나 바쁜 것을 보고 그렇게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서울시 부스, 부산시 부스, 대구시 부스, 인천시 부스, 대전시 부스, 경상북도 부스, 전라북도 부스 등 각 광역자치단체도 소재한 지역의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해 CES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비와 부스 설치비를 지원했다고 한다. 게다가 행사장에 인솔 인력까지 보내서 부스 여기저기를 바삐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니 가슴 뿌듯했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시(市)와 군(郡), 구청에서도 번듯한 부스를 마련하여 그 지역에 소재한 중소·벤처기업들을 참여시켜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을 보니 더욱더 감동적이었다.
이번 2025 CES에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발표한 461개의 CES 혁신상 중 210개는 한국 기업이 수상했다. 이 중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받은 혁신상은 130개로 60%를 넘었으며 그중에서 벤처창업 기업이 125개를 수상했다. 한국 벤처기업들의 혁신 역량을 알 수가 있었다.
특히 스마트 시티 분야의 시에라 베이스, 임배디드 기술 분야의 슈프리마 에이아이, 핀테크 분야의 고스트 패스 등 벤처창업 기업 3개는 각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보유한 기업 1개에 수여하는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세계의 기술 변화 추세를 몸으로 익히고, 다시 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동력을 얻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들에게는 물론 다른 벤처기업들에도 꿈과 희망을 주는 기회인 것 같았다.
CES 2025를 되돌아보면서···
필자도 CES에 처음으로 참여해 보았다. 세계 기술 변화의 추이를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세계의 새로운 기술 개발, 혁신 기술 개발에 대한 각축이 엄청나게 치열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변화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도 느꼈다. 이번 2025 CES를 보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전반적으로 이번 CES 2025의 혁신성은 매우 높지는 않은 것으로 느껴졌다. 이 세상에 없는 상상을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혁신 제품이 출시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국내 기업인 LG에서 선보인 평면-곡면 전환 스크린과 투명 전환 스크린이 혁신적인 제품으로 보였다. 앞으로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AI 냉장고, AI TV 등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여 CES 2026에서는 반드시 선보였으면 하고 기대한다.
둘째,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하드웨어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에 중점을 두었으면 하고 기대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는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즉, 새로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융합 제품의 개발에 중점을 두면 좋겠다.
셋째, 한국의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관별 참여 규모와 수준, 주제별 공동 전시, 기관 통합 전시 등 다양한 성과 달성 방안을 검토하고 조정하여 내실 있는 참여를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넷째, CES에 장기적으로 참여하는 기업들은 참여 실익과 효과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업들이 CES에 참여하는 데는 비용과 노력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과연 CES 참여 비용·편익 분석은 어떠한지도 한번 따져보아서 향후 참여 방향 등에 관한 판단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CES 참여 등을 통해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미리 살펴봄으로써 한국 기업들이 향후 혁신의 방향과 시사점을 얻는 것은 꼭 필요해 보인다. CES 2026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더 혁신적인 제품을 세상에 출시하여 세계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구윤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전 기획재정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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