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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 10%(현대차·기아) vs 5%(부품사).
지난해 완성차 업계의 역대급 실적에도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현대차·기아 물량 의존도가 높아 출혈 경쟁이 심한 데다 고환율로 원자재 구매 부담까지 겹친 탓이다.
부품업계에서 영업이익률 5%는 '미래 성장 지표'로 불린다. SDV(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 전기차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캡티브(내부 거래) 방식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대외 판로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15일 아주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국내 부품업체 상위 1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평균 영업이익률은 5.64%로 전년(5.18%) 대비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차·기아 영업이익률 9.95%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매출액 9조4119억원, 영업이익 1조7627억원으로 10곳 중 가장 높은 1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금호타이어 13%, 명신산업 10.45%, SL 8.76%, 넥센 5.9% 등이 평균 영업이익률을 웃돌았다. 반면 현대모비스(5.2%), HL만도(4%), 현대위아(2.8%), 한온시스템(1.34%), 일진하이솔루스(-13.73%) 등은 평균 이하였다.
타이어 3사를 제외하면 더 초라하다. 나머지 부품사 7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8%에 불과했다. 한국타이어, 넥센, 금호 등 타이어 3사는 지난해 고환율 효과와 해외 판로 개척, 고수익의 전기차용 타이어 교체 사이클 등이 겹쳐 실적이 크게 늘었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최소 5%는 넘어야 미래차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비 지출 등에 나설 수 있다"며 "실적이 공개된 중견기업 영업이익률이 2%대라면 아직 실적 집계가 안 된 중소 업체 성적은 더 처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실적이 추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리스크까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부품사의 현대차·기아 의존도는 2022년 88.9%에서 2023년 89.9%로 되레 높아졌다. 현대차와 기아가 관세를 피해 미국으로 공급망을 이전하고 수출 물량을 줄이면 국내 부품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부품기업 보쉬나 덴소 등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70~80% 장악했다"면서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완성차 톱3 지위를 수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부품사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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