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 각종 대출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상급지 아파트로 갈아타는 수요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여파로 이 같은 격차는 한층 더 확대할 전망이다.
20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5.58을 기록했다.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역대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을 하위 20%(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집값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지난달에는 고가 아파트 1채 가격으로 저가 아파트 6채가량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간극이 벌어졌다. 서울 1분위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4억9089만원에서 올해 1월 4억9047만원으로 소폭 내리며 4개월간 이어지던 오름세가 멈췄다. 반면 5분위는 상승세 이어가며 올해 1월 27억3666만원까지 치솟았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하면서 가치 상승 기대감이 높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핵심 지역의 고가 아파트에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2년 1월=100)는 지난해 12월 93.3에서 지난달 93.4로 0.1포인트(p) 오르는 데 그쳤지만, 서울 지역 시세총액 상위 20위 아파트는 106.6에서 107.1로 한 달 새 0.5p 뛰었다.
격차는 앞으로도 더 심화할 전망이다. 서울시가 지난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단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토허제 해제 지역인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이달 셋째 주(17일 기준) 들어 전주보다 0.27%, 송파구는 0.36% 각각 상승했다.
호가도 껑충 뛰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94㎡는 지난달 9일 42억93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는데, 토허제 해제 후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호가가 46억원까지 올랐다. 이달 11일 28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던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의 현재 호가는 32억원에 달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상급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양극화 수치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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