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31일 공개된 가운데 관심을 모았던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은 이번 개편안에서는 제외됐다. 세금 규제가 되레 부동산 불안을 키웠던 역대 정권의 학습효과가 있는 데다가 '6·27 대출규제' 이후로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상황에서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도 당장의 부동산 관련 대규모 세법 개정이 없을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세제 중과 등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계속되면서 수요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와 함께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세법 개편에서는 전임 정부들이 그동안 핵심적으로 다뤘던 부동산 관련 세금은 빠졌다. 지난달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이른바 6.27 대책으로 급등하던 집값이 둔화세로 진입한 만큼 부동산 세제 개편을 서두르지 않고 향후 나올 공급 대책에 집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대책과 함께 과세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집값 급등세가 일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그동안 집값을 밀어올린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대출 규제 만으로는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택 수에 따라 양도소득세·취득세 세율에 차등을 두는 현행 세제가 '똘똘한 한 채'를 부추겨 집값을 자극하고 있어 주택 수가 아닌 가액이나 양도차익 기준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현행 세제를 적용하는 경우 서울 1주택자가 수도권·지방 다주택자보다 세금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울에 12억원짜리 아파트 1채를 보유한 A씨와 수도권에 각각 6억원인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B씨가 10년간 보유한 아파트 한 채를 매도하는 사례를 가정했다. 이때 집값 상승률이 50%로 같아 A씨는 6억원, B씨는 3억원의 차익을 얻으면 A씨는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1주택 비과세 요건(거래가액 12억원 초과부터 과세)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주택자인 B씨는 먼저 판 주택에 일반과세가 적용돼, 양도세 7000만원을 내야 한다. A씨가 시세차익으로 3억원을 더 벌었으나 세금은 적게 내는 구조인 것이다.
이처럼 다주택자 대상 중과세 정책이 오히려 '똘똘한 한 채'를 부추기는 부작용으로 연결되면서 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7월 ‘전국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지난달 12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역시 6.5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20% 아파트 가격이 가장 저렴한 20%보다 12배, 서울은 6.5배 더 비싸다는 뜻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각종 보유세와 취득세 중과를 피해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해야 한다면 서울이 가장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에 서울로 수요가 몰리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급진적 개편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양도세와 취득세는 낮추는 한편 보유세를 높이는 등 점진적 개편을 통해 시장 순환과 가격 안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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