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선조들 걷던 '고요한 정원' 문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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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5-02-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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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음완보, 전통정원을 거닐다', 세종문화회관서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언론설명회 사진국유청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언론설명회 [사진=국유청]


‘미음완보(微吟緩步),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걷다.’

서울 광화문에 '고요한 정원'의 문이 열린다. 관람객들은 선조들의 발자취를 다라 걸으며, 그들이 꿈꿨던 이상향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2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 전통정원을 디지털로 만날 수 있는 ‘미음완보, 전통정원을 거닐다’를 선보인다. 전시는 2월 24일부터 4월 27일까지다.
 
미음완보는 정극인(1401~1481)의 상춘곡(賞春曲) 속 글귀로, 정원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교감하고 내면을 바라보는 심미적 과정을 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그간 확보한 전통조경 디지털 정밀실측 데이터를 미디어아트로 제작해, 관람객들이 한국 전통조경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언론설명회 사진국가유산청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언론설명회 [사진=국가유산청]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산수지락(山水之樂), 자연을 벗 삼아 누리는 즐거움’에서는 관람객들이 계단식 툇마루에 앉아 ‘차경’ 기법으로 구현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김동현 명승전통조경과 주무관은 “‘차경’이란 ‘경치를 빌린다’는 뜻으로, 한국 전통정원은 툇마루, 기둥 등이 형성하는 사각형의 틀이 하나의 액자처럼 경관이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은 정원 안에 격물을 둠으로써 그거를 감상하는 방식이라면 한국은 외부로 열려 있어서, 액자 틀 속에서 사시사철 변하는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명승 ‘지리산 쌍계사와 불일폭포 일원’에서 착안한 6m 높이의 폭포가 머리 위에서 갈라지는 양방향(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나는듯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김 주무관은 “우리 정원 대부분은 고정적인 요소인데, 물만이 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폭포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은하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소리 등을 통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워주는 요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2부 ‘격물치지(格物致知), 정원에서 얻는 아취’에서는 전통정원의 대표적 공간구성 요소인 방지원도의 구조와 의미를 재해석했다. 방지원도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천원지방’ 사상에 근거해 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을 둔 정원양식이다. 김 주무관은 “연못 안에 물고기를 키우거나 연꽃을 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둥근 섬을 두고 아무것도 두지 않은 채로 둬서 연못이 투영되는 이미지나, 하늘에 있는 달이나 별을 감상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됐다”고 했다. 이러한 연못에 비치는 이미지들을 시각화해서 재구성한 콘텐츠도 감상할 수 있다.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언론설명회 사진국가유산청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언론설명회 [사진=국가유산청]
 

또한 국가민속문화유산 ‘논산 명재고택’의 석가산(둘을 쌓아 산악 풍경을 모사한 조형물)을 본뜬 3차원 모형을 통해 정원 안에서 명승을 간접 향유하는 선조들의 방식을 계승하고자 하였다.
 
3부 ‘인지제의(因地制宜), 자연에 의탁한 정원’에서는 도심 속 전통정원인 창덕궁 후원의 사계와 명승으로 지정된 네 곳의 별서정원 ‘보길도 윤선도 원림’, ‘담양 소쇄원’, ‘담양 명옥헌 원림’, ‘화순 임대정 원림’을 직접 거닐어 보는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별서정원이란 자연에 귀의하여 전원이나 산속에 따로 집을 지어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려고 만든 정원이다. 특히, 두 미디어아트는 그래픽으로 구현된 미디어아트와 달리 실존하는 정원을 실측한 정밀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한편, 국가유산청과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 전통정원 등 자연유산 분야의 콘텐츠 활성화와 홍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이를 계기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협력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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