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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기업별 노사 갈등 온도 차가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 등은 비교적 원만하게 협상 수순을 밟으며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분위기인 반면 현대제철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 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반도체 강자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는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노사 간 마찰이 올해 임금 협상에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 삼성전자·SK이노, 안정적 합의 모드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임금 총인상률 5.1% 등 내용이 담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2023·2024년 임단협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며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1969년 창사 이래 첫 총파업까지 발생하는 등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지속된 적자에서 벗어나 겨우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타야 하는 시기에 맞닥뜨린 복병이었다. 당시 노조 측 파업 예고에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선 "고객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해 온 삼성으로서는 불편한 타이밍"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후 노사는 몇 차례 끈질긴 줄다리기 끝에 지난 24일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갈등 해결을 위한 물꼬를 텄다. 전삼노는 3월 5일까지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단협 타결을 노사 화합의 계기로 삼아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삼노 측도 "앞으로 교섭대표 노조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SK이노베이션은 9년째 이어온 노사 간 신뢰 기조를 올해도 이어갔다. 지난 24일 열린 임금교섭 조인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을 반영한 임금 인상률 2.3%를 확정했다. 사측은 올해 경영 환경 전망이 밝지 않지만 임금 인상 원칙을 지켰고, 구성원들도 높은 찬성률로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
박율희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은 "이번 임협 타결은 노사 간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고 평가했다.
◆ 현대제철, 노조 파업에 사측 '직장 폐쇄' 초강수
현대제철 임단협은 최악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노조는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동등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지만 사측은 철강 업황 악화와 실적 감소를 이유로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노조는 부분파업을 단행했고, 사측은 일부 공장의 직장 폐쇄로 맞대응하며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특히 현대제철 노조는 광양과 인천 등 일부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차질을 유발할 정도로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사측의 추가 대응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서 장기화하는 협상 지연이 현대제철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PS) 지급률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지급 기준의 최대치인 1000%에 특별성과급 500%를 얹어 지급했지만 노조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역대 최대였던 2018년보다 실적이 좋은데 성과급은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새출발 격려금' 명목으로 자사주 30주를 추가 지급하기로 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조만간 2025년 임금 협상을 통해 PS 구조 개선과 올해 임금 인상률을 협의할 예정이다. '성과급 갈등'이 불거졌던 터라 향후 협상이 순항할지 미지수다. 임단협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조정 등을 거쳐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황용준 SK하이닉스 동행 노조위원장은 최근 '곽노정 CEO께 드리는 글'에서 "이번 임금 교섭에 무너진 노사 신뢰 관계 회복을 위해 사측이 더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올해 노사 관계가 더 불안해질 것이란 예측이 과반을 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회원사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69.3%는 노사관계가 더 불안해질 것으로 봤다. 주요 이유로는 ‘정년연장 등 다양한 노조의 요구’(59.6%),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관련 투쟁 증가’(18.3%) 등을 꼽았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지난해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퇴직금 충당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예로 들며 "무리한 노조의 요구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정세가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일수록 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사 간 힘을 합치고 기업 역시 법과 원칙을 잘 지켜 노조와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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