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대형 증권사인 중국국제금융공사(중금공사, CICC)와 인허(銀河 갤럭시)증권사 간 합병설이 흘러나온다. 두 합병사가 합병하면 총자산 277조원 규모의 중국 '톱3' 초대형 증권사가 또 탄생하는 셈이다. 최근 중국 지도부가 미국 월가 'IB 공룡'에 맞설 '중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할 것을 지시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277조 자산 중국 '넘버3' 증권사 탄생?
로이터는 CICC와 인허증권의 합병이 몇주 전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 수주 안으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2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규제당국과 주주들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고도 매체는 전했다.
양사간 합병설이 나온 이날 오후 중국 본토증시에서 CICC와 인허증권 주가는 일일 상한폭인 10%까지 뛰었다. 홍콩증시에서도 양사 주가 상승폭이 각각 19%, 17%에 달했다. 합병설과 관련해 CICC와 인허증권 합병설에 관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망은 전했다.
CICC와 인허증권은 모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산하 중앙후이진(中央匯金)투자공사 증권사 계열사다. 중앙후이진은 산하에 은행·증권·보험을 비롯한 여러 금융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CICC와 인허증권 총자산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각각 6633억8000만 위안, 7479억1800만 위안으로, 양사가 합병하면 총자산이 1조4000억 위안이 넘는다. 중신증권(1억7300만 위안), 궈타이쥔안·하이퉁(1억6300만 위안)에 이은 중국 ‘톱3’ 증권사로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업계는 주식 중개업에 특화된 인허증권과 IB 강자인 CICC가 합병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허증권은 중국내 지점이 가장 많은 증권사로, 현재 중국 본토에만 487개 영업부를 두고 있다. CICC는 설립 초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중국 국영 건설은행이 합자 설립한 중국 대표 IB로 잘 알려져 있다.
習 '중국판 골드만삭스' 만들어라···증권사 합병 이어질듯
최근 중국에서는 증권사 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올초에도 중국 상하이 양대 증권사인 궈타이쥔안(國泰君安)과 하이퉁(海通)증권 합병안이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양사는 합병후 중국 ‘톱2’ 증권사로 거듭나게 된다.
사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중국이 미국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글로벌 IB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대형 증권사 합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도 지난해 3월 회의를 열고 5년 내 10대 우수 증권사를 키우고 2035년까지 2~3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B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3년 10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도 세계 일류 투자은행 및 기관을 육성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중앙금융공작회의는 중국 지도부가 5년에 한 번씩 여는 중장기 금융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 관련 최고위급 회의다.
실제 현재 중국 내 증권사만 모두 100곳이 넘지만 중소형 증권사가 대부분이고 업계 동질화 경쟁도 심해서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한 합병·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차이신에 "중국내 증권사가 너무 많고 동질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100여개 증권사 총자산을 다 합쳐도 골드만삭스 총자산과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엔 각 성(省)마다 증권사 라이선스를 1개씩만 내주고, 중앙기업 산하 증권사는 모두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너무 ‘계획경제’스러운 말이지만, 커다란 방향은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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