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750억 달러로 전망했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발(發) 수요로 증가세가 지속되겠지만 이외 품목은 미국의 관세 인상과 중국과의 수출 경쟁으로 부진이 예상된다.
7일 한은이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잠정)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29억4000만 달러(약 4조26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30억5000만 달러)과 비슷하지만 전월인 12월(123억7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흑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월에는 연말 수출 집중에 따른 기저효과로 통관 기준 수출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가 올해는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 감소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말 연초 계절적 요인으로 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12월에 비해 축소됐지만 추세적으로는 21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하면서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경상수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25억 달러)는 1월 들어 크게 둔화했다. 경상수지는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4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월(43억6000만 달러)이나 전월(104억3000만 달러)보다 적었다.
특히 수출(498억1000만 달러)이 1년 전보다 9.1%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2023년 9월(-1.6%) 이후 첫 감소다.
품목 중에서는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14.8%)·반도체(7.2%) 등 IT 품목의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석유제품(-29.2%)·승용차(-19.2%) 등 비IT 품목의 감소 폭이 커졌다. 지역별로는 중국(-14.0%)·EU(-11.6%)·미국(-9.4%)·일본(-7.7%)·동남아(-3.8%) 등 대부분의 수출 상대국에서 줄었다.
송 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수출에 미칠 영향에 관해 "아직 갈등·협상 국면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미국 정부 관세 정책은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 등을 통해 우리 수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수출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수입(473억1000만 달러)도 6.2%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탄(-35.5%)·가스(-20.2%)·화학공업제품(-11.4%)·원유(-5.5%) 등 원자재 수입이 9.8% 줄었고, 곡물(-22.7%)·승용차(-8.2%)를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10.3% 뒷걸음쳤다.
서비스수지는 20억6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전월(-21억1000만 달러)과 작년 같은 달(-28억6000만 달러)보다 다소 축소됐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여행수지가 16억8000만 달러 적자였다. 겨울방학과 긴 설 연휴에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적자 폭이 전월(-9억5000만 달러)이나 지난해 1월(-15억1000만 달러)보다 커졌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26억2000만 달러로 작년 12월(47억6000만 달러)보다 20억 달러 이상 줄었다. 증권투자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배당소득수지가 한 달 사이 35억9000만 달러에서 19억 달러로 감소한 데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월 중 37억2000만 달러 불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9억4000만 달러 줄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2억3000만 달러 늘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25억5000만 달러 증가하는 동안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주식 위주로 2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준비자산은 외환보유액 감소 여파로 45억5000만 달러나 줄었다. 지난해 4월(-55억5000만 달러) 이후 9개월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송 부장은 "1월 중 외환보유액 잔액이 45억9000만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며 "이외 환율 변동 효과와 채권 거래에 대한 매매차익 변동 효과를 제외하면 순수 거래적 요인으로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