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2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4조3000억원 증가하자 "올해 안정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서는 금융권 스스로가 3월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사실상 은행권 자체적으로 가계 대출 증가세를 꺾어보라는 당국의 구두 주문이다.
하지만 당국이 뾰족한 대책 없이 가계대출 문제를 사실상 은행권 자율 관리에 맡기겠다고 하자 다소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문제는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계기로 촉발된 만큼 그동안 금융당국 기조를 고분고분 잘 따라왔던 은행에는 큰 책임도 없다.
사실 은행들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당국의 기조 탓에 금리 인하 폭과 상품 일일 한도 등의 설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금리 인하 폭을 늘리면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억제 효과가 미미해질 수 있다. 한번 내린 금리를 다시 올리려면 고객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은행권은 정부의 부동산 경기 안정화 대책이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당국 간 불통에다 엇박자가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은행 어깨만 무거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금융당국,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 없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허제 해제가 은행권의 금리 인하와 맞물리면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정부당국 모두 간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대책이 "은행권에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 알려지자 은행권 내부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상품도 당국 시그널 탓에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당국간 소통채널을 구성하며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지 않으면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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