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자동차 부품업계가 수익성 악화와 R&D(연구개발) 투자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부품 매출이 급감한 데다, 북미 공급망 확대를 위한 멕시코 투자까지 겹치면서 위기가 가중됐다.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여건까지 악재가 겹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멕시코 관세가 인상되면서 협력사들의 주문량이 급감했고, 결국 R&D 인력부터 감축하는 상황에 놓였다. A사 R&D센터장(전무)은 “회사가 흔들리면서 가장 먼저 R&D 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아예 ‘제로’가 됐다”며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미래차 시장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용 모터, 전장 기기, 배터리 관리 기술, 자율주행을 위한 AI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SW)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부품 설계 역량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현장형 인재를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정부·산업계·학계가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R&D 인재 수급 문제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내연기관 부품 매출 감소로 인해 미래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 대기업도 높은 연봉 문제 외에도 노조 반발, 경직된 노동 환경, 공대 인재 부족 등 구조적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